<포럼>구제역 매몰 오염 방지 위한 4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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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곤 서울대 명예교수, 환경생태계획학

지난해 11월 말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한 가축 매몰지가 4200곳을 넘어서면서 그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방제에 급급한 나머지 320만마리 가까운 가축을 제대로 된 환경 지침이나 매뉴얼에 따라 매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천 제방 바로 옆에 매몰지가 있기도 하고, 반경 500m 이내에 주택이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한강상수원 인근에도 99곳이나 매몰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부실 매몰에 따른 주민 피해는 물론 자연 생태계 파괴가 크게 우려된다. 예상되는 피해와 오염으로는 봄 해빙기를 맞아 붕괴 우려, 핏물과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인한 지표수와 지하수 오염, 특히 상수원과 수질 오염, 토양 오염과 가스 방출로 인한 공기 오염 및 악취 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단기적, 일차적 영향은 하천의 서식 기능을 악화시키거나 주변 자산 가치를 떨어뜨림은 물론 국토 생태계의 건강성·생산성을 낮추고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2차적, 장기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매몰지로 인해 ‘녹색지대’가 ‘갈색지대’화하는 1, 2차적 환경 재앙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살처분 매립지에 대한 환경감사가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가 미래의 개발행위가 초래할 영향을 다루는 것인 반면, 환경감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법적 요건이나 지침·기준을 얼마나 충족했는지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매몰지의 사후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과 함께 부실 매몰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다. 유럽연합(EU)의 ‘생태관리와 감사 규정’은 모든 유럽 국가에 적용된다.

둘째, 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체의 생물학적 분해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매몰지 사후 영향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베이스(DB)가 필요하다. 특히 복토, 비닐 덮개, 옹벽, 차수벽, 우회 배수로 설치와 같은 구조물을 이용한 매몰지 관리 대책은 인근 지역 생태에 미칠 장기적 영향까지도 사전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 검토에 바탕으로 둔 차분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범정부적 민·관 합동 대책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보건복지부,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는 물론 지자체와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야 한다. 특히, 종합 매몰지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 나갈 실무팀과 관계 부처 총괄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대기, 토양 혹은 물 오염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통합적 오염통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넷째, 비구조물적 관리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하수의 수위와 흐름의 방향을 고려하는 비구조물적 대책에는 자연정화 습지의 조성과 완충지대의 지정이 포함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침출수 정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부에서는 구제역 매몰 지역에 인접한 상수도 공급대책을 세우는 등 매몰지 보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축 살처분 매립지와 같은 혐오시설의 입지·규모·공법은 국민의 건강 피해와 인접 지역에 미칠 환경생태적 영향을 고려해 채택해야 한다. 미생물을 활용한 분해 방법, 열처리 정제, 소각 등 선진 공법에 대한 연구·개발(R&D)도 서둘러야 한다. 또 매몰된 지역에 대해서는 철저한 현장 실태 파악을 통한 종합관리계획이 필요하다.

이 같은 종합계획의 영향권은 행정구역 단위보다는 유역 단위로 환경적·지질학적·수문학적 인자를 고려해 통합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건강은 물론 국토의 건강성과 미래의 환경생태 복원을 전제로 한 매몰지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