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원으로 지난 8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 문을 연 ‘창동 보듬이 나눔이 영유아플라자’의 실내체험놀이실에서 어린이들이 동물옷 등을 입고 춤 동작을 배우고 있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지난 8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창동 보듬이 나눔이 영유아플라자’. 이날 개원식을 한 영유아플라자 1층의 널찍한 실내체험놀이실에서는 30여명의 어린이들 가운데 염윤호(5), 진호(3) 형제가 블록쌓기 놀이를 하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한동안 블록과 씨름하던 윤호는 이내 싫증난 듯 모래놀이방과 걸리버피아노, 벽면스크린 등 실내 곳곳에 마련된 놀이시설들을 하나하나 경험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두 아이와 함께 놀이실을 찾은 엄마 서임연(31)씨는 “쌍문4동에 있는 집에서 버스로 30분이나 걸려 찾아왔지만 각종 시설이 아이들 중심으로 잘 꾸며져 있어 멀리서 온 보람이 있다”며 “요리나 미술체험 등 각종 프로그램도 많아 1주일에 1번 정도는 찾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근 구립 창3동 어린이집에서 5세반과 6세반 어린이 36명을 이끌고 이곳을 찾은 어린이집 교사 김지은(여·29)씨는 “무엇보다 각종 시설이나 도구들이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게 갖춰져 있는 점이 눈에 띈다”며 “어린이집 근처에 이런 시설이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2층에 마련된 장난감도서관에는 엄마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정태혁(3) 어린이가 450개가 넘는 새 장난감들을 구경하느라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역시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인 도봉동에서 찾아왔다는 엄마 기신애(37)씨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 육아정보도 얻고 장난감도 대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영유아플라자는 놀이시설과 어린이도서관, 교재교구 및 장난감 대여시설 등을 갖춘 보육정보센터로 현재 서울시내 구별로 1개소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시예산이나 구예산 등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건설된 여느 영유아플라자와 달리 이날 개원식을 한 지상 3층, 연면적 1021㎡ 크기의 창동 보듬이 나눔이 영유아플라자는 전체 건축비 16억여원 가운데 7억5000만원을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원해 마련됐다.
개원식을 찾은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지방 재정이 어려운 가운데 보육사업 지원에 재계에서 참여해 큰 도움이 되었다”며 “저출산사회에서 보육문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어젠다인 만큼 이 같은 지원이 다른 지자체에도 적극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유아플라자 건축 지원은 전경련이 지난 2009년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등 21개 회원사와 함께 시작한 경제계 보육지원사업의 일환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매년 10개소씩 모두 50개소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건립해 기부채납하는 사업으로 현재까지 2009년 사업대상지 중 경기 안산과 오산, 수원, 강화, 전남 광양, 경북 예천 등 모두 9개소가 개원됐다.
지난해에도 2차연도 사업추진을 위해 지자체를 공모해 서울 노원구를 비롯해 경기 의정부, 양평, 김포, 강원 인제, 경북 상주, 영천, 문경, 전남 여수 등 모두 12개소의 지자체가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예산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하나씩 문을 열 예정이다.
엄치성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당시 국가 현안으로 부상한 저출산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찾던 중 회장단 회의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저소득층 밀집지역이나 영세산업단지 등 보육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곳이 우선 대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경련은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시공 및 교육운영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보듬이 나눔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철저한 규준모델 적용 등으로 우수한 국공립 어린이집시설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곳은 물론 건축 중인 어린이집 역시 친환경설계는 물론 영유아의 눈높이와 정서 발달을 고려한 이상적인 보육시설 모델로 입소문이 나 입학을 희망하는 주민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경련의 보듬이 나눔이 어린이집 건립 사업을 위탁수행하고 있는 푸른보육경영의 조승현 사무국장은 “자연 채광을 최대화하고 친환경 자재 사용, 안전을 고려한 모서리 처리, 옥상놀이공간 설치 등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전경련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주요 기업들과 함께 23억여원의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 불임부부를 대상으로 인공수정시술비를 지원하는 등 지속적으로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응하고 있다. 저소득 불임부부 지원사업을 통해 모두 1913명이 인공수정의료비를 지원받아 23.4%인 448명이 임신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342명에게 불임예방 조기검사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한정된 예산 등을 감안할 때 정부만의 힘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경제계도 우리 사회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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