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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장, 더블클릭! 게재 일자 : 2011년 02월 16일(水)
교사는 가방 뒤지고 경찰은 감시… ‘잃어버린 졸업식 추억’
‘뒤풀이 단속’ 씁쓸한 졸업식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지난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S중학교 졸업식에 경찰들이 ‘알몸 졸업식’ 등 폭력적인 졸업식 뒤풀이를 예방하기 위해 순찰을 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얘들아 가방 좀 보여줄래?” “선생님, 저희는 밀가루 같은 것 안 가져와요.”

지난 10일 오전 9시 서울 성북구 S중·고등학교 교문 앞은 졸업식을 한 시간여 앞두고 어색한 긴장감이 흘렀다. 생활지도부 교사 2명이 가방을 들고 오는 학생들의 가방을 열어 밀가루나 계란, 케첩 등 이른바 ‘뒤풀이 용품’이 들어 있는지 일일이 검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이날 졸업식이 ‘알몸 졸업식’과 같은 뒤풀이로 변질될 것을 우려, 학교 측이 마련한 예방책이었다. 학교 교사들만 ‘감시의 눈’으로 나선 것이 아니었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졸업식 뒤풀이를 막기 위해 관할 지구대 경찰관 4명은 순찰차를 타고 학교 주변과 인근 석계역까지 맴돌며 특별 예방활동에 나서고 있었다.

이 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김모(65)씨는 “학생들의 과격한 뒤풀이는 분명 문제이지만 ‘마지막 축제’와 같은 졸업식을 경찰의 단속 등으로 어색한 분위기로 만드는 것은 최선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경기 일산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알몸 졸업식’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졸업식 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학교와 경찰은 밀가루나 계란 등을 서로에게 던지고 심할 경우 교복을 찢어 알몸으로 학교 주변에서 소동을 벌이는 과도한 뒤풀이를 근절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경찰은 졸업식이 집중된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강압적인 졸업식 뒤풀이 중점 관리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에 경찰 인력 4만7000여명을 동원,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기관 및 시민단체와 함께 학생 선도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졸업식을 감시하는 경찰들이 교내외에 배치되고 교문에서는 가방 검사가 벌어지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지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되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일부 학교는 경찰들의 교내 진입을 거부, 경찰이 사복을 입고 예방활동을 벌이거나 학교 주변만을 맴돌며 순찰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11일 오후 졸업식이 열렸던 서울 강동구 K중학교의 분위기 또한 다를 바 없었다. 이 학교는 2년 전 졸업식에서 일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서로에게 밀가루를 뿌리며 소동을 벌인 ‘전력’이 있던 터라 학교와 경찰은 긴장 상태에서 졸업식이 안전하게 끝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이 학교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5명의 경찰관은 사복을 입고 학교 내외를 지켜봤으며 지구대 경찰들은 청소년육성회의 도움을 받아 순찰차 2대로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졸업식까지 관리하느냐며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해당 경찰서 직원들은 사복을 입고 교외 순찰을 해 거부감이 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또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학생들에게 사복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할 것을 권유했다. 이 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아무래도 일탈행동을 막으려면 선생님들 입장에서 졸업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도 자유롭게 졸업식 추억을 만들고 싶겠지만 졸업식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서둘러 끝내버린 졸업식과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들의 모습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이 학교 졸업생 김모(16)군은 “교복을 찢고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학생들은 정말 극소수일 뿐이다”며 “일부 학생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예방하고자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경찰까지 학교 주변을 순찰하니 졸업식이 더 딱딱하고 형식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인 박오남(48)씨는 “우리 세대의 졸업식을 떠올리면 학교에 가능한 한 오래 남아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는데 오늘 아이들의 졸업식을 보니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킬까 봐 빨리 가라고 하는 분위기다”며 “아이들이 졸업식 추억도 없이 흘려보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교와 경찰 등이 학생들의 졸업식을 감시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건전한 졸업식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해 알몸 졸업식 사태 이후 건전한 졸업식 문화를 만들겠다며 학생들의 자율적인 문화행사를 여는 졸업식도 등장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S중학교는 지난해까지와 달리 졸업생 모두 졸업가운을 입고 숙연한 분위기로 졸업식을 진행했다. 타임캡슐에 졸업생 전원의 소원을 담고 3년간의 학교생활을 담은 이용자제작콘텐츠(UCC)를 상영하기도 했다. 이 학교 졸업생 이영빈(16)군은 “교복은 졸업식 이전에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기부를 해 찢을 일도 없고 졸업가운까지 입으니 졸업식이 숙연해진 것 같다”면서 “밀가루 등을 가져오는 친구들도 없어지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달라진 졸업식 풍경에 대해 교과부 학교지원국 관계자는 “졸업식을 단순히 졸업장을 나눠주는 행사가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생활과 자율적인 활동들을 종합해 보여줄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며 “건전한 졸업식 문화 형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난해 150개 선도학교를 정해 점차 졸업식 문화를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아·노기섭·박정경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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