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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02월 18일(金)
숫자로 풀어낸 불확실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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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코믹스 /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글, 알레코스 파파다토스·애니 디 도나 그림, 전대호 옮김 / 랜덤하우스

무(無)의 수학 무한의 수학 / 찰스 세이프 지음, 고중숙 옮김 / 시스테마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영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버트런드 러셀(1872~1970·사진)의 일대기를 다룬 ‘로지코믹스(Logicomix)’는 진리에 대한 끝없는 추구를 일러스트로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만화라는 말이다. 그리스에서 활동 중인 저자들은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들로 그 방면에서 일가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러셀의 드라마틱한 삶과 열정적인 진리 추구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지난 2008년 그리스에서 출간된 책은 이듬해 영미권 출판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년 시절,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정신병 내력에 경악한 러셀은 불확실한 세상사에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다. 광기와 불확실성의 바깥에 절대적인 이성과 확실성의 세계가 있으리라 믿고 이를 추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이야말로 바로 그런 세계임을 발견한 러셀은 그지없는 환희를 느낀다. 하지만 기하학의 ‘공리’라는 것이 ‘증명할 수는 없고 믿어야만 하는 자명한 진리’라는 사실에 심각한 의심을 품고부터 수학의 확실성이 흔들리자 크나큰 절망에 빠진다.

러셀은 수학에 확실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프로메테우스나 품을 만한 목표에 매달린다. 즉 논리학을 통해 완전무결한 수학의 토대를 확립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진리를 찾으려 몸부림치는 러셀은 화이트헤드, 힐베르트, 괴델 등 전설적인 사상가들과 마주치고 비트겐슈타인을 열정적인 제자로 두게 된다. 그러나 그가 평생을 걸고 추구하는 목표는 불쑥불쑥 그의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계속한다.

‘로지코믹스’는 러셀의 내면적 갈등을 보여주면서 그 갈등을 러셀이 평생 대답하고자 애쓴 질문들과 연관시킨다. 한마디로, 책은 ‘이상적인 합리성과 결함 투성이의 현실이 빚어내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다. 이처럼 묵직한 주제를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만든 것은 오직 저자들의 뛰어난 구성과 섬세한 일러스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의 수학 무한의 수학’은 ‘제로(Zero)’ 이야기를 통해 방대한 수학의 역사를 압축해 보여준다. 수의 영역이 확장되는 가운데 등장한 수 제로의 세계를 수학자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다루고 있다. 저자는 숫자를 다루면서 수학사를 담아내는 것에서 나아가 제로가 지닌 철학적 요소에도 주목한다. 제로는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셀 수 없이 많음’을 의미하는, 무와 무한이 공존하는 특수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제로의 이 같은 특징을 블랙홀과 견주며 물리학의 세계로 이끌기도 한다.

아울러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라 할 수 있는 정치적 논쟁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수학사 속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다양한 분파들의 알력 다툼과 기성세대의 반발로 천재 수학자들의 꿈이 좌절되는 실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과학전문저널리스트라는 이력을 가진 저자답게 시종일관 경쾌하고 깔끔한 어조와 쉽고 흥미진진한 입담으로 수학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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