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룡’ LH의 체중 감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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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교수 도시공학

요즘 상황을 보면 국내 자산순위 1위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 측은해 보인다. 70세 넘은 이지송 사장이 청와대를 찾아가 아들 뻘 되는 국회의원에게서 막말을 들었다고 하소연하며 눈물을 흘렸단다. 이 기사는 겉만 번지르르 하고, 정치권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는 국내 공기업의 비애마저 느끼게 한다.

빚더미에 무너져 내릴 판인데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으름장이고, 국민은 전세대란 해결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더 지어내라고 난리들이다. 저마다 LH를 황금을 숨겨놓은 곳간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빚으로 물이 새는 헛간 정도가 아니라 헛간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LH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12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구조조정 작업이 늦어지며 1년 새 16조5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금융부채만도 90조7000억원이라 하루 이자만 1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LH는 수익성을 보장받기가 어려운 보금자리주택, 세종시, 혁신도시 건설, 국가 산업단지 건설, 이전 공공기관 부동산 매입 등을 위한 추가 200조원 이상의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세대란에 대한 처방들도 LH 몫이 돼 가고 있다. 우선 서민을 위한 5600가구의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5000억원의 부담도 떠안았다. 앞으로도 공공임대주택의 조기공급 및 공급 확대에 대한 부담이 끊임없이 부과될 전망이다.

현 상황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국토 개발의 청사진이 그려지고, 그런 청사진의 많은 부분을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떠안으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세종시나 혁신도시 같은 굵직한 대못과 함께 국가산업단지 같은 자잘한 정치적인 쐐기들이 여기저기 박히게 됐다. 여기에 주공과 토공의 통합과정에서 각사의 몸값 부풀리기로 인한 추가 사업 확대 또한 부채를 쌓은 적잖은 요인이었다. 이 대못을 적당히 다듬고 부적절한 쐐기들을 뽑고, 몸채를 슬림화하는 작업이 결국 LH의 구조조정일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부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대상으로 고려되던 138개 사업장 중 6곳만 대상으로 확정됐을 뿐이다. LH에 연일 계속되는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압력은 쉽게 예상하고도 남는다. 지역구 민심을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들이 이미 베풀어진 정치적 사탕을 뱉으라 한다고 뱉어내지는 못할 것임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청와대를 다녀온 이 LH 사장에게 소신껏 처리하라는 이야기가 전달됐단다. 그러나 이것이 일개 공기업 사장의 소신의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소신을 뒷받침하는 사업 타당성이라는 것도 미래에 대한 계산이므로 허점이 많은 무딘 칼날일 수밖에 없다. 결국 LH의 사업 조정 역시 세종시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처럼 정치적인 큰 그림에서의 조정 작업과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이 사장의 취임 일성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은 과감히 벗어 던져라”였다. 그런데 이 사장이 착각한 부분은 그 옷은 이미 LH의 옷이 아니라 해당 지자체 주민의 옷이 돼 버렸다는 점이다. 결국 그의 일성은 정치권에 던져진 말일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청와대 및 정치 지도층의 눈물겨운 협조와 솔선수범, 국민의 감시 기능이 조합돼야만 가능하다. 국민 역시 LH가 만인의 곳간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무작정 공공사업의 확대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비가 새는 헛간 LH공사가 무너진다면 그 엄청난 부담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참담한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합리적인 정치적 결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