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풀린’ 그녀들… “잔치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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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뮤지컬과 관객층이 확연히 다르다. 40~50대 여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부부 동반으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도 눈에 띈다.

지난 2월26일부터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메노포즈’ 이야기다. 여성의 메노포즈(Menopause), 즉 폐경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은 단연 중년 여성들에게 압도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직 메노포즈에 대해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20~30대 여성 관객들도 포복절도, 극에 빨려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솔직하게 여성의 갱년기 증상과 그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변화를 적나라하게 펼쳐 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삶을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뮤지컬 ‘메노포즈’는 지난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무대에 올라간 흥행작이다. 지난해 4월 서울 공연 이후 1년 동안 부산, 인천, 대구, 대전, 울산, 제주 등 전국 22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했을 정도였다.

소재가 주는 ‘고민’과 달리 유쾌하기 그지없는 공연은 각 지역마다 숱한 에피소드들을 남겼다. 공연장에 몰래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아줌마’ 관객들에게 ‘간식을 좀 달라’며 음식물을 가져가는 장면에선 지방 공연의 묘미를 확실히 보여줬다. 강원도 지역에선 감자와 옥수수를, 성주 공연에서는 참외가 건네지는 등 각 지역 특산물이 줄을 이은 것.

올해 새롭게 단장하고 무대에 올린 ‘메노포즈’의 출연진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혜은이, 이영자, 홍지민, 김숙 등 익숙한 면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무대에 다시 섰다. 지방순회 공연에서 ‘한물간 연속극 배우’ 역할을 맡았던 혜은이는 오히려 ‘물오른 뮤지컬 배우’로 돌아왔다. ‘메노포즈’의 히로인 이영자는 올해 공연에서도 ‘전업주부’ 역할을 맡아 능수능란한 애드리브와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홍지민은 ‘전문직 여성’ 역할로 자신이 갖고 있는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이영자와 함께 ‘전업주부’ 역에 더블캐스팅된 김숙은 관객의 웃음 코드를 정확하게 집어낸다. 이들 4명과 함께 뮤지컬 배우 이윤표, 진아라, 김현진, 유보영, 구혜령 등이 각각의 역에 더블캐스팅돼 무대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흠뻑 뿜어낸다.

뮤지컬 ‘메노포즈’에선 ‘YMCA’ 등 1960~1970년대 팝송의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진다.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귀에 익은 멜로디는 중년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아울러 극 상황 및 캐릭터에 맞춰 개사한 가사들이 관객들에게 주는 재미 또한 쏠쏠찮다.

뮤지컬 삽입곡들의 제목만 들어도 흥미진진하다. ‘잠을 못 자’, ‘땀 흘려’, ‘나는 외로워’, ‘살이 찌네’, ‘그녀 몸매 트집 잡지 마라’ 등이다. 물론 ‘힘내 친구! 웃어봐 친구!’라든가 ‘난 다시 태어났어’ 등 중년 여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곡들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한 가지 귀띔하자면, 객석 맨 앞줄에 자리 잡은 남성은 조심하시라. 출연 여배우들의 집중적인 애정(?) 공세를 각오해야 한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