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원규 강동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2월28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병원 본관 방사선 치료실에서 치료기기인 ‘래피드아크’에 누워있는 환자를 보며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훈기자
“방사선 암 수술은 칼을 대지 않고 방사선을 이용해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획기적 치료 방법입니다.”
정원규(46)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2월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사선 수술의 장점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정 교수는 방사선 치료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1990년대 초반 전북대 의대 졸업과 함께 전공을 이 분야로 선택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전임의와 미국 듀크의대 연수를 거쳐 건양대 의대에서 2000년부터 암센터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초 강동경희대병원으로 옮기기까지 20여년 동안 방사선 치료 분야 발전에 일로매진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암(癌), 사랑하며 이겨내며-정원규 교수의 수술 없는 방사선 암 치료 이야기(2010년, 디자인한책 간)’이다. 이 책은 환자와의 대화 형식을 통해 환자를 안심시키며 조목조목 방사선 치료에 대해 상담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교수가 밝힌 방사선 치료 원리를 보자. 방사선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 또는 파동이 매질이란 매개체를 통해 전파되는 것’을 말한다. 방사선은 방사성 동위원소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자연 방사선(알파, 베타, 감마선)과 기계에서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인공 방사선(x-선, 전자선, 양성자선, 중성자선, 중입자선)이 있다. 이 중 암 치료에 대표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감마선, x-선, 전자선 등이다. 몸 안에 조사(照射)된 방사선은 물 분자와 반응해 자유 이온기를 생성하는데, 이 자유 이온기에 의해 세포의 데옥시리보핵산(DNA) 가닥이 끊어지면서 암 세포가 죽게 된다. 전자선, 양성자선, 중입자선과 같은 방사선은 각각 입자가 DNA를 공격해 세포 사멸을 일으킨다.
―방사선 치료는 어떤 경우에 하나.
“암 치료는 수술, 방사선, 항암 치료가 있다. 방사선 치료는 모든 고형암에 이용할 수 있다. 고형암은 백혈병 등 혈액 암과 같은 형태를 취하지 않고 단단한 덩어리로 구성된 악성 종양을 말하는데 90% 정도의 암이 이에 해당한다.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한다. 암 세포가 100억개 이상 있어야 눈에 보인다. 방사선 치료는 병의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근치적 치료와 암으로 인한 통증과 출혈, 압박, 폐쇄 등을 없애거나 줄여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완화적 치료로 나뉜다. 각각 절반을 차지한다.”
―방사선 수술은 무엇이고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가.
“방사선 수술은 최근 방사선 치료 영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치료 기법의 하나다. 종전 6~7주간에 걸쳐 쏘이는 방사선 양을 1회 또는 수회(5회 이내)에 걸쳐 집중적으로 쏘여 수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획기적 치료 방법이다. 방사선 수술은 사이버나이프, 감마나이프, 노발리스 같은 장비들을 이용한다. 예컨대 폐암 1기로 수술이 어려운 사람이나, 폐기능이 나쁘다든지 수술 스트레스를 못 견디는 고령자들에게 방사선 수술을 한다. 성공률은 환자 타입마다 다르지만 폐암 1기 방사선 수술은 칼 대는 수술과 성적이 엇비슷하다. 반응률이 90%(10명 치료하면 9명은 치료 후 6개월까지 양호)로 매우 좋다.”
―외과 수술과 항암에 비해 방사선 치료의 장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장점은 기관 자체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대암을 방사선 치료하면 목소리를 유지하면서 병을 낫게 할 수 있다. 직장암의 경우, 예전에는 항문을 완전 절제하고 옆에 백을 찼다. 지금은 방사선 치료로 병소 사이즈를 줄여 직장 부분은 절제한 다음 위아래를 다시 연결해줘 항문을 살린다. 방사선 치료 기술이 더 발전하면 궁극적으로 수술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술은 앞으로 장기 이식으로 갈 것이다.”
―방사선 치료를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아무래도 합병증에 주의해야 한다. 협진 시스템에 의해 방사선 치료가 좀더 빨리, 좀더 넓게 이뤄지면 좋겠다. 방사선 기계가 많이 발전했는데도 의사들조차 ‘방사선은 잘 안 돼’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아쉽다.”
―방사선 치료의 향후 과제는.
“암 세포의 어떤 지점에 ‘스템 셀(stem cell)’이 있다. 암에서도 굉장히 센 세포인데, 재발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스템 셀에 대한 임상 연구를 통해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이곳에 쏘여 죽이는 기술이 발전하면 암 재발을 막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방사선종양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대학 다닐 때 어머니가 오른쪽 눈물샘의 비호지킨스성 림프종 진단을 받았는데,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를 3주 받은 적이 있어 알게 됐다. 방사선종양학과는 암 분야 24개과 중 비교적 작은 과다. 임상실습도 하루밖에 안 한다. 하지만 우리 과는 2~3개월 정도 꾸준히 환자를 보고 병이 나아도 관리해야 한다. 환자와의 관계형성이 쉽다. 그래서 매력을 느꼈다. 전에 있던 대학에서 만난 환자로부터 승진 때 난을 선물받았는데, 열심히 치료한 보람을 느꼈다.”
―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4기나 말기 암 환자도 치료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그래서 잘 포기 안 한다. 어려운 환자일수록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치료해서 통증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면 굉장히 고마워한다. 그걸 보면서 의사가 포기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환자는 ‘큐어’보다는 ‘케어’를 받고 싶은 것이다. 우리도 대체의학을 배워야 하지만 환자들이 치료 후 지나치게 대체의학을 맹신하는 것은 문제다. 의사도 노력하고 환자도 의사와 대화해 균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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