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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03월 10일(木)
“한국 첫 개화사상가 오경석 아닌 박규수”
김명호 교수 기고글에서 주장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개화기에 활동한 역관이자 서화가, 금석학자였던 오경석(1831~1879)을 ‘한국의 첫 개화사상가’로 보는 기존 견해는 사료의 오독 등 허다한 실증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암 박지원(1737~1805)과 그의 손자인 환재 박규수(1807~1877) 연구의 권위자인 김명호(국어국문학) 서울대 교수는 최근 출간된 반연간 학술교양지 ‘한국사 시민강좌’(일조각·사진) 제48집에 기고한 ‘실학과 개화사상’이란 글에서 “오경석이 1853년에서 1859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화사상을 형성했다는 주장은 거의 추론의 연속일 뿐”이라며 개화파의 스승을 오경석이 아닌 박규수로 보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오경석을 ‘한국의 첫 개화사상가’로 보는 측이 내세운 세 가지 실증적인 증거들 모두 문제 투성이다. 가령 박제가의 실학을 이어받은 증거 자료로 제시된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 박제가조’에 실린 오경석의 글 ‘천죽재차록(天竹齋箚錄)’은 ‘박제가가 그림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중국에 화가로 잘못 알려졌다’는 내용일 뿐이다. 오경석이 1858년 또는 1863년 북경에서 만난 장지동(張之洞)·오대징(吳大徵)·왕의영(王懿榮) 등 양무파 개혁사상가의 영향을 받아 개화사상을 형성했다는 주장도 당시 역사적 사실과 모순된다. 오경석이 장지동 등을 만난 것은 그가 박규수를 수행해 북경에 갔던 1872년이며 당시 그들은 한림원의 신진관료로 양무파에 대해 비판적인 보수적 청류파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오경석과 박규수가 1860년대 이미 절친한 사상적 동지였다는 증거로 거론되는 박규수가 오경석에게 보냈다는 편지도 실제는 조대비의 조카로 권세를 누렸던 조영하(1845~1884)에게 보낸 편지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박규수의 사상이 실학에서 개화사상으로 논리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살펴본 김 교수는 “박규수가 북학파인 박지원의 후예로서 영·정조시대 실학의 성과를 누구보다 충실히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문하에서 김윤식과 김옥균, 김홍집, 박영효, 유길준 등 개화파의 주요 인물들이 배출된 만큼 실학이 개화사상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결코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규수가 ‘개화 군주’ 고종의 즉위 초부터 10년 동안 학문 지도를 맡았으며 대원군 실각 뒤 고종을 최측근에서 보필하는 원로대신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그가 고종의 사상적·정치적 스승이었음을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의 기고는 ‘한국사 시민강좌’ 제48집이 1930년대 정인보 등이 국학(조선학) 운동을 펼친 것을 기점으로 삼아 기획한 특집 ‘한국 실학 연구 80년’에 실린 총 8편의 글 가운데 하나다. 반주자학, 재야지식인의 학문이란 범주에서 이뤄졌던 초기의 실학 연구를 비판하고 주자학이 중시한 의리학과 경세학, 명물도수학 등으로 구성된 유학 가운데 의리학을 제외한 후자들이 조선후기에 발달해 실학의 내용을 이룬 것이라고 주장한 유봉학(국사학) 한신대 교수의 ‘실학의 계보와 학풍’이란 글 등이 이번 특집에서 주목을 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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