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공습 하든말든…’ 카다피, 트리폴리 활보

국제사회가 13일 연락그룹 회의에 이어 14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외무장관회의를 열고 리비아 출구전략을 모색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이날 나토의 공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도 트리폴리를 자동차로 활보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또다시 과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다피는 이날 검은색 재킷과 티셔츠를 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채 지붕이 뚫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올라타 트리폴리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가 주먹을 불끈 쥐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하는 모습이 리비아 국영 TV를 통해 방영됐다. 카다피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9일 트리폴리에 있는 학교를 방문한 후 닷새만이다. 비슷한 시간 나토는 카다피 관저가 있는 바브 알아지지야에 폭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대학 강의실이 폭격을 맞아 난장판으로 변했고, 민간인 사상자가 일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AP는 전했다.

이처럼 카다피가 서방의 공습에도 여전히 권좌를 내놓을 뜻이 없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면서 국제사회의 무기력감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날 나토 외무장관회의에서 프랑스와 영국은 미국이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배후 지원 입장을 고수했다. 독일도 정치적, 외교적 해결을 주장했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카다피 축출이란 공통의 임무가 끝날 때까지 연합작전을 지지할 계획”이라면서도 앞으로도 공습의 전면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15일 끝나는 이번 회의에서 리비아 출구전략과 관련된 뾰족한 합의점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리비아 공습을 위해 더 많은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주부터 리비아 사태 배후 지원 역할로 돌아선 후 50여대의 전투기를 철수시켰고,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공습을 위해서는 각국의 전투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이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