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양파처럼 한 겹, 한 겹… 영국사회 속살 벗기기

어니언잭 / 김진형 지음 / 기파랑

영국 국기 ‘유니언잭’(Union Jack)에서 맨앞의 ‘유’(U)를 ‘오’(O)로 바꾼 제목의 이 책, 양파처럼 한꺼풀씩 벗겨도 좀처럼 속이 드러나지 않아 알기 어렵다는 영국 사회의 깊숙한 속내를 짚어낸다. ‘영국인이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박지성을 비롯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한국 축구선수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아내보다 축구가 더 좋다’는 영국 남자, 여우가 런던의 총리관저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나라. 그리고 런던 지하철 폭탄테러 때도 시민들은 침착을 외치며 질서를 지켰고, 국회의원이라고 예외일 수 없는 강박관념과도 같은 줄서기 문화부터, 미국영어와는 또 다른 영국식 생활영어의 사례까지.

저자는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연합뉴스 런던특파원을 역임한 현직언론인이다. 서울의 남편과 떨어져 런던에서 두 딸,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직·간접으로 경험한 각종 일화로 풀어낸 영국 이야기가 생생하고 흥미롭다. 영국 사람들이 정부보다 더 믿는다는 BBC 그리고 유명인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캐는 영국 신문 등, 저자를 따라 영국, 영국인, 영국살이에 다가서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 옛것과 첨단, 여왕과 해외이주민들이 공존하는 여러 겹의 영국을 만날 수 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