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限한 세상에 관한 有限한 인간의 기록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 존 배로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위대한 독일 수학자 다비드 힐베르트가 지어낸 가상의 ‘무한호텔 이야기’만큼 무한의 본성을 훌륭하게 일깨워 주는 일화도 드물 것이다. 무한한 개수의 방이 있는 힐베르트의 무한호텔은 방이 다 차 버려도 새 손님을 받고, 다른 호텔에 있는 무한한 숫자의 손님이 와도 받을 수 있는 호텔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무한호텔은 수입이 무한대고 지출도 무한대다. 문제는 이익이 무한대이다 보니 세금도 무한대라는 점이다. 세금이 무한대이면 무한호텔은 망할 것 같지만 무한한 세금을 지불해도 이익은 여전히 무한대다.

이 기이한 ‘무한호텔’ 이야기는 언뜻 말장난 같기도 하고 난해하게 다가온다. 책은 시대를 관통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주제인 ‘무한’의 살아 있는 역사서다.

수학자 겸 물리학자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리과학 교수인 저자는 매력적인 탐구 대상이면서 인간의 인식을 넘어선 ‘상상할 수 없는 그 무엇’, 철학 수학 우주론 신학에 등장하는 무한의 역사를 샅샅이 해부한다. 이 철학적이고 난해한 무한의 개념을 저자는 다양한 일화를 통해 알기 쉽게 소개한다. 책은 온갖 형태와 온갖 크기의 무한, 힐베르트의 무한호텔에서부터 제논의 역설, 아리스토텔레스의 무한, 파스칼의 확률론, 우주론에서의 무한, 무한복제 역설, 무한기계, 시간여행의 역설 등 사유의 폭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온갖 형태의 무한을 책 한 권에 담았다.

예컨대 우주가 무한하다면 발생 확률이 0이 아닌 모든 일은 무한히 자주 일어나야 하며, 우리들 각각이 하는 행동과 동일한 행동을 하는 우리들의 복사본이 무한히 많이 존재해야 한다. 즉, ‘무한복제 역설’ 논쟁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유한한 시간에 무한한 일을 할 수 있는 무한기계, 즉 슈퍼태스크(super―task) 과제를 제기한 과학자 헤르만 바일의 문제 제기도 흥미진진하다.

또 하나 ‘시간 여행’. 시간 여행자가 어떤 책을 가지고 과거로 간다고 가정해 보자. 시간 여행자는 정원 나무 밑에 책을 놓아 둔 채로 돌아온다. 그 후 어느 날 우리 시간 여행자는 과거로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정원 나무 밑에 놓여 있는 책을 발견한다. 그 책은 이상한 책이다. 씌어진 적도 편집된 적도 인쇄된 적도 제본된 적도 없는데, 그 책은 시작 없이 다만 존재할 뿐이다. 시간 여행자가 3001년에 1달러를 가지고 2001년으로 와서 예금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자율이 4%라고 가정할 때 그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은행 계좌의 잔금을 조회하면 그 1달러에 복리이자가 붙어 잔금이 천문학적인 액수로 불어난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의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비운의 독일 수학자인 게오르크 칸토어를 빼놓을 수 없다. 수학이 어떻게 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지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칸토어는 ‘유한주의’ 수학자들에게 맞서 무한집합론을 정초(定礎·주춧돌을 놓음)한 수학자다. 칸토어는 무한의 수학에 반기를 든 반대자들에 의해 고립돼 오랫동안 수학에서 손을 떼지만 가톨릭 신학자들이 자신의 사상을 열렬히 환영하는 것에 고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천재적인 수학자는 우울증과 질병으로 장기간 고생하다가 요양소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는다.

칸토어는 우리에게 무한의 탑을 조망할 신의 눈이 없기에 만물 전체를 가리키기 위해 ‘절대적인 무한’이란 명칭을 사용했다. 칸토어는 세 가지 무한, 즉 신의 정신 속의 무한(절대적 무한)과 인간의 정신 속의 무한(수학적 무한), 물리적인 우주 속의 무한(물리적 무한)을 구분했다.

정충신기자 csjung@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