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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05월 13일(金)
풍수는 사람의 마음, 명당은 곧 삶의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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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지리학 / 최창조 지음 / 서해문집

‘흔히 풍수를 좋은 땅 잘 골라 그 음덕(蔭德) 좀 보자는 술법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리학은 그런 게 아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지리학, 즉 자생풍수(自生風水)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명당(明堂), 승지(勝地), 길지(吉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조화를 이루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좋은 땅이란 없는 셈이다. 있다면 땅과 사람이 상생의 조화를 이루었느냐 그러지 못했느냐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좋은 땅, 나쁜 땅을 가리는 것이 자생풍수가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맞는 땅, 맞지 않는 땅을 가리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바로 풍수라는 것은 이런 뜻이다.’

저자는 1993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직을 스스로 박차고 나옴으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바로 그 풍수학자다. 자생풍수라는 용어는 그에 의해 전파된 말이지만, 그는 이 말이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던 지리 지혜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풍수 편력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처음엔 여느 풍수 전공자들처럼 좋은 묏자리 등의 음택(陰宅) 위주 발복풍수(發福風水)로 시작했으나 곧 이상향을 찾는 도참(圖讖)적 풍수에 빠졌다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직 사직 후에 풍수 답사를 다니며 명당이 삶의 현장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생풍수를 설파하게 됐다.

그는 이 책의 글을 전개하며 수많은 서적과 자료를 인용한다. 책에 녹색 글씨로 표기돼 있는 인용문들은 사회·자연과학 서적뿐만 아니라 소설 등의 문학서적에서 빌려온 것들도 꽤 있다.

이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의 부제를 ‘최창조의 망상’이라고 붙였다. 논리적으로 정리된 생각들이 아니라 본능, 직관을 강조한 내용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 바탕엔 여느 풍수학자들과 크게 다른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망상은 그의 독특한 풍수관의 핵심을 이룬다. 중국의 이론 풍수가 백제와 고구려에 전해지기 전에 자생적으로 이 땅에 존재했던 풍수는 주관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생풍수의 10개 성격을 정리했는데, 첫 번째가 ‘주관성(主觀性)’이다. 어느 장소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좋은 곳인데, 누구에게는 혐오스러울 수도 있는 까닭이다.

자생풍수의 시조인 도선국사의 한반도 중부지방 중심설, 무학대사의 한양천도 주장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 풍수는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정치성(政治性)이 뚜렷하다.

또 현재성(現在性·지금, 이곳에서 적응하라), 불명성(不明性·비논리의 논리, 논리 뛰어넘기), 편의성(便宜性·이상보다 현실에 충실하라), 개연성(蓋然性·그럴듯하게 보인다), 적응성(適應性·모든 삶의 분야와 연결된다), 자애성(自愛性·내가 중심이다) 등이 자생풍수의 특성이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비보성(裨補性)이다. 그는 이것을 ‘고침(治癒)의 지리학’이라고 했다. 예컨대 홍수 때 침수 위험이 상존하는 곳에 절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절에 상주하는 스님들이 평상시 경계를 하고 유사시에는 노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비보풍수는 좋은 땅, 나쁜 땅을 가리지 않고 모든 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사람이 좋은 땅을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비보풍수의 관점에서 4대강을 정비하는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머니 같은 땅이 중병에 걸렸으면 치료해 드리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대운하 사업은 위험 부담이 큰 대수술이지만, 막힌 핏줄을 틔우고 더럽혀진 피를 맑게 하는 치료는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mail 장재선 기자 / 문화부 / 부장 장재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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