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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05월 13일(金)
‘아는 만큼 보이는 답사’ 2탄, 삶의 구석에 ‘고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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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유홍준 지음 / 창비

저자가 1993년부터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전국적으로 답사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01년 5권을 마지막으로 그의 답사기는 중단됐다. 미술사학자로서 전공 연구와 저술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고 또 문화재청장이라는 공직에 복무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다시 펴낸 6권은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시즌 2’다. 모두 14꼭지의 글은 경복궁과 부여지방에 대한 이야기를 각 4회에 걸쳐 담고, 거창·합천, 도동서원, 선암사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 특유의 입심이 글의 힘으로 이어져 한달음에 책을 독파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하다. 우리 문화재의 고유한 특질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복궁에 대해 내가 줄곧 듣는 정말로 기분 나쁘고 화나는 말은 “자금성에 비하면 뒷간밖에 안 된다”는 식의 자기 비하다.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역사적 콤플렉스에다 유난히 스케일에 열등의식이 많아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경복궁에는 자금성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미학과 매력과 자랑이 있다.’

그는 자금성보다 25년 먼저 지어진 경복궁이 인간을 위압하지 않고 사람의 살내음을 풍기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세상의 어느 궁전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외국 사신을 접대하기 위해 만든 경회루는 건축 미학의 극치다. 특히 누마루의 공간 분할은 절묘해서 닫히면 닫힌 대로, 열리면 열린 대로 아늑하고 활달한 공간을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다.

저자는 문화재청장 시절에 추진한 광화문광장을 서울시가 만들게 된 사연을 자세히 소개하며 공무원들의 ‘수비적’ 태도를 한탄한다. 광화문 현판 글씨를 준비하던 중에 그것이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한다. 이런 이야기가 저자 개인의 생각에 기울었다고 할지라도 향후 문화재 복원 작업에 참고할 만한 값어치가 있을 듯싶다.

저자는 이번 책의 부제를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고 했다. ‘삶의 구석구석에 고수가 있다’는 뜻으로, 이 책에서는 경복궁관리소장, 외사촌형, 강익중 화백, 영국의 다큐멘터리 PD 하워드 리즈, 무량사 사하촌 아주머니들이 ‘고수’로 등장한다. 저자는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가르쳐 준 그들에게 진솔한 경의를 표한다.

이 책에서 그 문화적 향취를 그윽하게 뿜는 고도(古都) 부여는 저자의 고향이다. 거창·합천은 지역 주민인 한 아가씨에 대한 ‘말빚’, 도동서원은 한 시각장애인협회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는 곳이다. 이처럼 저자 개인과 인연이 깊은 곳을 다루다 보니 사족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부여 편에서 길게 서술한 충청도 사람의 방언 특질 등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것을 대중과 눈을 맞추려는 친화력으로 볼 것인지, 입심의 과잉으로 치부할 것인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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