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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05월 13일(金)
스크린은 러브스토리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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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 / 강유정 지음 / 민음사

문학사 속의 고전 소설은 대부분 남녀 간의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더 이상 나올 사랑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데 작가들은 끊임없이 러브 스토리를 변주해낸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있다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사랑의 슬픔과 기쁨을 다룬 영화가 쉼없이 나온다. 왜일까? 동서고금의 인간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랑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2005년 3개 신문사(문학평론 부문 2곳, 영화평론 부문 1곳)의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로 문학·영화평론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탁월한 평문으로 이름난 작가답게 영화를 통한 사랑 이야기를 유려하게 펼쳐낸다. 그의 에세이는 박완서, 윤대녕, 김영하 등의 소설과 박목월, 남진우 등의 시 작품을 적절히 인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영화와 문학을 결합시킨다.

38편의 영화 이야기를 5개의 주제별로 묶고 일련의 흐름에 따라 사랑의 본질을 성찰해나가는 형식의 완결미가 돋보인다. 1장 ‘여자, 몸을 알다’는 또 세개의 마당으로 나뉜다. 우선‘연인’ ‘나인 하프 위크’ ‘피아노’ 등을 통해 몸의 사랑에 눈을 뜨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번째 마당의 ‘색, 계’‘포르노그래픽 언페어’는 섹스가 말로 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전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피아니스트’‘궁녀’‘어톤먼트’는 섹스를 금지당한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파괴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2장 ‘남자, 여자를 배우다’는 사랑의 갈증에 삶을 저당잡힌 남자들의 모습을 8개의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봄날은 간다’에서의 상우(유지태)처럼 너무도 순수한 나머지 상대편 여자의 상처는 모른 채 자신의 감정에만 몰입하는 소년의 사랑이 있는가 하면, ‘데미지’의 스티븐(제레미 아이언스)처럼 아들의 여자를 탐하다가 파멸하는 위험한 욕망이 있다.

3장은 사랑의 과정인 연애가 게임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묘파한다. 저자는 ‘스캔들-남녀상열지사’를 소개하는 마당에서 이렇게 말한다. “연애는 게임과 같아서 고수와 하수가 있을 수 있지만, 사랑에는 애초에 고수와 하수가 있을 수 없다. 남녀가 만나는 사회적이고 경제적 행위인 연애에 기술이 동원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사랑은 모든 이익과 논리를 초월하는 다른 곳에서 소실되기 때문이다.’

책의 4장은 사랑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5장은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간 사랑의 권태와 갈등을 다룬다. 저자는 “사랑이 고통이었던 시절에 영화가 위안이 되었다”며 “(사랑 영화에 대한) 글은 소독약처럼 상처를 더 따갑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딱지가 생기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mail 장재선 기자 / 문화부 / 부장 장재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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