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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05월 13일(金)
천성이 온순한 코끼리 폭력행동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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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아프다 / G A 브래드쇼 지음, 구계원 옮김 / 현암사

코끼리는 코로 먹이만 받아 먹는 게 아니라 공놀이하고 훌라후프를 돌리며 하나 혹은 두 다리로 물구나무를 선다. 아프리카, 동남아 초원에서 무리지어 다니는 TV 동물다큐멘터리 속 코끼리와 다르게 현대인이 동물원이나 서커스를 통해 대하는 코끼리는 온갖 묘기의 달인 같다.

그렇지만 지난 3월 영국 BBC방송 등에서 서커스단 사육사가 쇠스랑 매질로 코끼리를 길들이는 ‘매 맞는 코끼리 동영상’이 공개돼, 사람의 오락용으로 야생동물을 조련하는 서커스단의 동물학대가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육상동물 중 몸집이 가장 크며 코로 먹이를 먹는 코끼리. 천성이 온순한 초식동물 코끼리는 그러나 긴 코나 육중한 다리로 툭 치기만 해도 위협적인 대형동물이다. 코끼리는 조용하고 비폭력적이면서 거대한 체구와 동작이 두려움을 자아내는 이중적 특성 때문에 오랜 세월 두려움과 숭배, 살육과 양육이라는 모순된 태도의 대상이었다.

코끼리를 주목한 이 책은 야생코끼리의 생태가 아니라 사람들이 가둔 채 전시하거나 길들이는 ‘생활 속 코끼리’에 다가선다. 부제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코끼리에 대한 친밀한 관찰’이다. 생태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정책이 폐지되고 생태관광이 재개된 1990년대, 해외관광객이 몰리는 와중에 드러난 코끼리의 신경쇠약을 주목하게 됐다.

코끼리가 상아로 코뿔소를 들이박아 죽이고, 동물원과 서커스단을 벗어난 코끼리가 사람을 해치는 등 이상행동이 보고되면서 생태뿐 아니라 코끼리의 감정과 삶에까지 관심을 가졌다.

저자는 코끼리가 코끼리답지 않은 행동, 본성과 달리 폭력적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를 추적했다.

아프리카 야생동물인 코끼리의 생태는 17세기 중반 유럽의 식민시대 이후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졌다. 우윳빛 상아를 탐하는 코끼리사냥꾼들이 몰려들고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상아산업의 확장으로 코끼리는 대량살육과 밀렵의 대상이었다.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부리는 사육코끼리의 시대를 맞아 조련이라는 이름으로 모진 학대가 이뤄졌다.

이처럼 코끼리는 야생의 집단서식지에서 쫓겨나 인간의 살육, 매질로 인해 극심한 신체적 통증과 정서적 화상을 경험하면서 심신에 상처를 지니고 때로 인간에 대한 폭력까지 자행하고 있다. ‘동물이 아닌 사람을 위한 장소이며 동물의 고통을 이용해 번성하는’ 동물원에서 죽을 만큼 때리고 굶기는 사육과정을 거친 코끼리의 아픔이 폭력적 행동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포로수용소의 포로처럼 인간도 코끼리처럼 가족이 감옥에 갇히고 살해되는 경험을 겪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해 오지 않았습니까.” 저자는 “코끼리 이야기는 인간의 과거이며 동시에 미래가 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코끼리의 외상과 내면을 읽어내고 그 상처를 보듬는 치유책을 강조한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한 원조 댄스가수가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매니저의 지시대로 따랐던 20여년 전의 자신을 ‘서커스 단원 또는 코끼리 같았다’고 밝혔다. 의지와 무관하게 이끌려 가던 지난날의 고통에 대한 대중스타의 고백도 사람과 코끼리의 그것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일깨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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