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일생’ 이면엔 엄청난 사회적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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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 /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우리 주변에 쓰레기는 도처에 널려 있다. 사무실의 휴지통이건, 아파트의 쓰레기 분리수거통이건, 거리의 쓰레기통이건 매일 어김없이 쓰레기는 쌓여 간다. 그런데 이런 쓰레기를 버리고 난 후에 그것들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우리들 대부분은 그 쓰레기가 어디선가 잘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할 뿐 더이상 의문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달랐다. 대학 시절 아침이면 골목에 줄지어 나와 있는 쓰레기 봉지들이 저녁이면 말끔히 사라지는 것에 물음표를 달았다.

쓰레기 봉지들은 무엇이며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책은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20년 이상 세계 각지를 누비며 사람들이 쓰고 버리는 물건의 탄생과 소멸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밝혀낸 ‘물건의 일생’에 관한 얘기다. 무슨 원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 버려진 후에는 어디로 가는지 등 물건의 인생을 추출-생산-유통-소비-폐기의 다섯 단계로 나눠 단계마다 얼마나 큰 환경적 파괴와 경제적 역기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고발한다.

먼저 추출 단계를 보면, 복사용 종이 1t을 만들기 위해 숲에서 나무 2~3t이 베어지며, 평균적인 결혼반지용 금반지 하나에 들어가는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는 20t의 유독한 광산 폐기물이 발생한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통해 많이 알려졌듯이 다이아몬드 채굴은 분쟁의 원인이 되고, 범죄집단의 자금줄이 되기도 한다.

생산 단계의 비용은 어떨까. 매년 미국에서 책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종이는 160만t이나 되며, 이는 나무 3000만 그루에 해당한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는 나무가 2만6000그루다. 간단히 계산을 통해 미국에서 책을 만들기 위해 센트럴파크에 있는 나무의 1150배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종이를 만드는 데는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종이 제조업은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 제조업 가운데 5위 안에 든다. 또 많은 양의 물과 독성 화학물질도 들어간다. 화학물질 중엔 가장 악명 높은 염소도 사용되고 이런 화학물질은 뒤섞여 환경으로 방출된다. 또 유통-소비-폐기의 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가장 큰 부분이 개인의 행동이나 잘못된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취하고-만들고-버리는’ 경제 시스템이 성장 그 자체를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목적으로 여긴 데서 야기된 문제라는 것이다. 성공을 재는 척도로 으레 국내총생산(GDP)이 사용되는 이유도 성장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며, GDP의 계산 방식에도 성장이 유발하는 생태적·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우리의 필요를 비물질적인 방식으로 충족시키는 노력 등 여러 가지 변화 방안을 제시한다. 예컨대 금반지에 박힌 다이아몬드는 사랑의 등가물이 아니라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존중하고, 도움을 주는 식으로 돈과 물자를 더 많이 쓰지 않고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나눠 쓰고 함께 쓰고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는 일을 중요한 변화 방향으로 제안한다. 시스템의 문제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보고 서로 논의하다 보면 ‘물건의 일생’에서 발생하는 숨겨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설득력을 갖는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