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1970 ~ 80년대 시국사건들 인권변호사의 생생한 증언

인권변론 한 시대 / 홍성우, 한인섭 공저 / 경인문화사

“우리 양심범들의 정의로운 싸움이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는 떳떳하게 무죄로 밝혀지리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초 작고한 이돈명 변호사를 포함해 우리 현대사의 ‘인권변호사 4인방’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홍성우(73) 변호사는 유신과 5공이라는 ‘사법 암흑기’에 인권을 위해 싸워 온 소중한 등불이었다.

이 책은 홍 변호사의 구술과 그가 보관해 온 1970∼1980년대 주요 시국 사건 기록들을 토대로 당시 인권 변론의 발자취를 더듬은 기록물이다. 홍 변호사로부터 총 1207종, 4만6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받아 전산화한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홍 변호사와 만나 증언을 듣고 기록했다.

민청학련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인권 변론의 길로 들어선 홍 변호사는 이 책을 통해 리영희 교수 필화 사건,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 현대사의 굵직한 시국 사건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또 김지하 시인이 옥중에서 발표한 ‘양심선언’이 치밀한 작전을 통해 작성된 일 등 흥미로운 뒷얘기도 들을 수 있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