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파문 확산>금감원·금융위 파헤친 檢, 다음 타깃은 정치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목마르네~’ 박지원 민주당 저축은행진상조사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가 2일 김광수(54)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대상이 금융감독원, 감사원에 금융위원회까지 금융 감독당국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날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 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한나라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맡는 등 금융계와 정치권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향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임명된 김 원장은 금융위 요직을 거친 후 지난 2009년 한나라당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을 지내면서 정·관계에 두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구속된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BBK 대책팀장’을 맡았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감사위원에 임명되는 등 현 정부 실세 중 한명이었다. 김 원장이나 은 전 감사위원 모두 그 활동 영역이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과연 정치권을 향하게 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검찰 소환을 앞둔 김종창(63) 전 금감원장은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지만 은 전 감사위원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과 관련된 청탁을 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1일 김 원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하루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것도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와 관련된 관계자의 진술뿐 아니라 물증도 이미 상당수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퇴출 위기에 몰렸던 만큼 이를 막기 위해 비자금을 동원한 전방위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로비 대상이 금융당국 등 감독기관 간부뿐 아니라 관료보다 활동폭이 넓은 정치권 인사에 대한 로비도 시도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창구로 지목된 윤여성(56·구속)씨를 집중 조사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청탁과 함께 불법 자금이 건너갔는지를 캐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캐나다로 도피한 또 다른 브로커 박태규씨가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웠다는 첩보에 따라 박씨의 신병을 확보한 후 정·관계 로비 실체를 밝혀낼 방침이다.

박수진·현일훈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