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무기 오작동 가능성” 시인

리비아 내전종식을 위한 대(對) 리비아 공습을 지속하고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 19일 트리폴리 공습 중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나토는 이날 리비아 군사작전 사령부가 위치한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이번 작전의 사령관인 찰스 부처드 중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의 세부사항에 대해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무기체계의 오작동(a weapon system failure)이 이 사건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토는 (리비아에서)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그간 1만1500회의 공습을 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극도로 신중하게 행동을 해 왔다”고 말했다.

부처드 중장의 이 같은 발언은 여러 차례 실시된 트리폴리 공습 과정에서 한 발의 미사일이 민간인 주거지에 떨어졌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나토는 이전에도 무장한 반정부군을 카다피 친위부대로 오인폭격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날 사건은 비무장 민간인 주거지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나토의 리비아 군사개입을 둘러싼 찬반논란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리비아 군사개입에 대한 법적 논란이 제기된 바 있으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군의 나토 공습 참여가 적법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태다. 백악관 측은 지난 15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리비아 군사개입은 정당하며 나토 주도의 리비아 공습은 카다피의 권력을 약화시켰다고 옹호한바 있다.

이에 앞서 리비아 정부는 나토 전폭기가 이날 새벽 트리폴리 거주지역의 한 민가를 폭격해 어린이 2명 등 민간인 9명이 목숨을 잃었고 1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압델라티 알오베이디 리비아 외무장관은 “민간인에 대한 이번의 고의적인 공격에 이어 호텔과 산소공장, 민간 승용차와 미니버스 같은 다른 비군사적 목표에 대한 타격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는 각국의 모든 자유민과 무슬림으로 하여금 압제자이자 범죄자인 서방에 맞서 전 세계적인 지하드를 감행하도록 직접 촉구하게 만들어 나토 같은 범죄집단이 다른 독립주권 국가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놔두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비아 정부는 나토의 공습 직후 트리폴리 주재 외신기자들이 피격현장을 방문, 피해자들을 만나게 하는 등 오폭사건을 국제적 이슈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리비아 보건부는 이날 오폭사건 이후 나토의 공습이 시작된 3월 이후 민간인 856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