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통해 ‘내 안의 神’ 찾아라

종교, 심층을 보다 / 오강남 지음/현암사

공자 사후 100년 뒤에 태어난 맹자(기원전 372~기원전 289)는 공자의 사상을 널리 펴고 계승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해 세 차례 이사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와 ‘성선설(性善說)’을 떠올리게 하는 맹자는, 완전한 자유인의 경지인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주장한 철인(哲人)이다. 맹자는 이기심을 줄이고 줄여 나와 다른 사람, 나와 우주와의 구별이 없어지는 경지, 즉 나와 우주가 하나가 되는 호연지기의 경지에 이른다고 했다. 맹자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누구나 이런 경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인도를 중심으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돌봤던 테레사 수녀는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을 위해 작은 일을 해주는 사랑과 자비의 삶”을 살았다.

침묵, 기도, 믿음, 사랑, 섬김, 평화를 염원하며 수도원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 속에서 희생적으로 봉사하며 빈민은 물론, 사회에 짐이 된 사람,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사람들을 찾았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 방식대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책은 맹자, 테레사 수녀를 포함한 종교적 선지자들의 간략한 생애와 핵심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그리스·로마의 철학자를 비롯해 모세, 예수, 성 아우구스티누스, 무함마드, 노자, 장자, 붓다에서 에리히 프롬, 슈바이처, 간디, 크리슈나무르티 그리고 한국의 류영모, 함석헌까지 동서고금의 ‘위대한 스승’ 60명이 등장한다.

비교종교학자로서 서울과 캐나다를 오가며 저술활동을 펴고 있는 저자는 이들 정신적 스승을 통해 종교와 영성의 의미를 일깨운다.

개인의 삶이나 인류 역사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하는 심층종교를 위대한 정신적 스승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표층종교에 지우치다 보니 심층종교와 거리가 생기고 종교가 오히려 갈등과 반목의 주역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선각자의 삶을 통해 “심층종교에서 문명과 개인적인 ‘삶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교마다 표층과 심층이 공존하지만, 근래 표층이 심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두꺼워지고 그 부작용으로 종교적 갈등과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변화되지 않은 지금의 나를 잘되게 하려고 애쓰는 표층종교과 달리 심층종교는 지금의 나를 부정함으로써 더 큰 나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리와 율법에 얽매이기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의식의 변화 및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얻는 깨달음의 심층종교에서 ‘내 안의 신’을 찾자고 역설한다.

영성의 거인 60명이 펼친 헌신과 신념의 삶을 보여주는 이 책은 심층종교란 큰 흐름을 통해 상호 갈등이나 마찰 없이 서로 넘나드는 종교의 진리를 일깨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