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다움 잃어버린 그들… 생물학·심리학적 문답

남자도 남자를 모른다/한네 제만 지음, 김인순 옮김/위즈덤하우스

‘여자는 집안일을 하고, 남자는 위험한 삶에 뛰어든다’고 한다. 여자가 심리적인 ‘내적 영역’에 쉽게 접근한다면, 남자들은 임무와 도전, 전쟁과 싸움이 따르는 구체적인 ‘외적 영역’에 더 정통하다는 점을 은유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이즈음 새로운 정보사회를 맞아 외부 세계로까지 여성들이 진출하고 활약이 늘었다. 상호 협력, 갈등 해결에서 남자보다 능숙한 여자들이 뛰어난 적응력과 미적 감각을 발휘하며 정치 경제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와 여성 장관 등 정치권은 물론, 기업에서도 여성 임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여자들이 막강한 힘을 펼치고 있는 세상에서 남자들이 특유의 남성다움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남자의 재발견을 일깨우는 이 책의 저자는 여성 총리의 나라 독일에서 심리학자 겸 심리치료사로 활동 중인 여성이다.

저자는 여자들이 사회적·시대적 흐름을 주도하면서 남자들의 현실이 많이 달라졌고, 여성세에 밀려 남자들이 위축되고 사회적으로 점점 나약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주목한다. ‘초식남’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목표 의식없이 현실에 안주하며 때로 아버지·남편·아들이라는 역할과 책임마저 거부하는 남자들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를 미치게 하는 남자들의 철없는 행동심리학’이라는 부제 아래 이 책은 “남자들이 태생적으로 어떻게 여자와 다른가”에 초점을 맞춰 생물학적·사회문화적·심리학적으로 남성을 분석한다.

또한 현대는 남자들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위기상황이라며, 남자들이 진정한 남성다움과 만족스러운 삶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남자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자들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여자들에 비해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며, 남자들이 호르몬을 다스리고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인식하고 발휘하려면 여자들의 관심과 격려를 필요로 한다는 것.

이 책에선 남녀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해야 여자와 남자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더불어 잘 살 수 있을까라고 자문자답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구체적 사례를 통해 남녀의 차이를 짚어내는 내용은 아니다. 대신 신체적 증상과 심리적 문제의 상관관계를 따져 질병을 치료하는 심신상관학을 바탕으로 분석적인 남성론을 편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