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살해에 익숙하도록 훈련받는 군인들

살인의 심리학 / 데이브 그로스먼 지음, 이동훈 옮김 / 플래닛

현대에 들어와 살해는 ‘압력’과 ‘강박’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병리학적 징후를 보이며 터부시되고 있다. 그러나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살해의 영역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살인 행위도, 범죄 심리학도 아니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평범한 청년이 전장에 나가 살해 행위에 가담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전장에서 적을 죽이는 행위는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 동료 인간을 죽이는 것에 대한 깊은 거부감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 보병의 사격 비율은 15∼20%에 불과했다. 하지만 6·25전쟁에선 50∼55%, 베트남 전쟁에선 90∼95%로 급상승했다. 전투 훈련기법에 심리전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 같은 훈련기법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아이들에게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비디오 게임과 영화, 텔레비전 등이 군인들을 길들이는 방식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살해에 익숙해지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