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한 규제 없으면 또 換亂·금융위기

하성근 교수의 롤러코스터 경제학 / 하성근 지음 / 21세기북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는 또다시 반복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한국경제학회 회장 하성근(경제학) 연세대 교수의 대답은 명쾌하다. 저자는 “1997년과 2008년 두 번의 경제 위기는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좀 더 강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똑같은 원인 때문에 경제 위기는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한다.

화폐금융론과 거시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한국경제가 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급상승하여 거품을 형성하다가 급하락하여 위기에 처했는지를 명쾌하게 파헤친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각국이 채택한 저금리 정책으로 전 세계 유동성은 크게 불어났다. 이러한 과도한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이머징마켓) 국가에 쏠려 앞으로 새로운 거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저자는 “외국 자금의 유입 쏠림은 다시 유출 쏠림으로 전환될 수 있는데 외국자금의 급격한 유출이 더 큰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외국자금의 유·출입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대비책은 무엇일까. 저자는 “정부의 외환 보유액을 착실히 축적해 대비하는 한편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절한 외국자본 규제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본 유·출입 규제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유지되고 있고 실제로 브라질, 대만 등은 토빈세, 외국인 투자자 신규예금 제한제도 등을 도입한 사례를 소개한다.

우리 정부도 2010년 6월 은행의 외화차입 억제를 위해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강화했다. 2010년 하반기(7∼12월)에는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재도입했고 은행세(거시안정부담금) 도입계획을 확정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긴 했다. 저자는 “하지만 이와 같은 규제 장치가 외국 자금의 유·출입 쏠림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자가 외환위기 전부터 언론매체 등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러한 주장을 해온 점은 주목할 만하다. 롤러코스터 경제학은 저자가 1997년 이후 언론 등에 기고한 글을 묶어서 발간한 것으로 논리의 일관성이 두드러진다. 저자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쓴 글에서 한국 경제 위기의 주된 요인으로 과다 차입 경영, 외형 위주 기업 확장의 무분별성, 정부의 무능, 비도덕적인 정경 유착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은,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금융과 경제 개방의 과속을 짚어낸다. 저자는 “이러한 금융개방 가속화는 자본 유입 일변도라는 불균형을 낳았고 이는 통화 증발과 이에 따른 고금리 구조 고착을 초래했으며 결과적으로는 금융회사 부실 확대와 금융위기 촉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외환위기 이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한 ‘자본 유·출입 통제장치’가 최근에서야 도입된 것은 저자의 선견지명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융구조를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 일변도에서 국내 자본도 외국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양방향 개방화 형태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한다. 민간의 외환보유액 확대는 통화채 발행, 금리상승 압력, 재정부담 등 정부의 외환보유액 확대로 인한 문제를 피하고 환율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주장의 근거다. 저자는 외국자본 유·출입 규제를 통해 얻어지는 재원 중 일부를 국내 기업이나 개인의 외화 보유 확대와 관련한 인센티브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