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철학자들이 월드컵 결승전서 뛴다면…

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 / 마티아스 루 지음, 박아르마 옮김 / 함께읽는책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맞붙었다. 이 책은 결승전의 중요한 순간들을 통해 노동·욕망·도덕 등의 개념을 분석한다. 축구 경기를 흥미롭게 되살리면서 그 속에서 생각할 거리들을 찾아낸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 후반전도 전반전과 마찬가지였다. 옐로 카드를 받은 니체는 심판에게 자유의지가 없음을 비난했다. 경기 시작 88분, 비트겐슈타인은 한참 동안 터치라인을 따라가며 힘차게 몸을 풀던 마르크스와 교체됐다. 마르크스는 그의 열정과 에너지 덕분에 경기 종료 몇 분을 남겨두고 교체됐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에 투입되자 그는 갑자기 이성적 사유에 몰두한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겨 두고 상황이 역전되었다.…”

권력은 따라야 할 만큼 충분히 합법적인지, 선과 악은 단지 합의에 불과한지, 한 가지 사실에 관해 여러 개의 진실이 있는지, 나는 나 자신에 대해 객체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축구 경기에 맞춰 살펴보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월드컵 경기를 재현한 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으로 철학에 접근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