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從北세력=김정일 지령’ 보여주는 지하당 암약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공안 당국이 종북(從北) 성향의 지하당 설립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사업가와 노동조합 간부, 야당 당직자, 학계 인사는 물론 반값 등록금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의 간부도 포함돼 있어 충격적이다. 서울지검 공안1부는 1994년부터 최근까지 50여차례 일본, 중국을 오가며 북측과 접촉해 온 보안장비업체 대표 김모씨를 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인 노동당 225국(옛 대외연락부)의 지령을 받아 서울·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암약하며 지하당을 만들어 국내 정보를 수시로 북측에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당국은 ‘민족21’ 월간지의 주간 안영민씨와 안씨의 부친 안재구 전 경북대 교수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안 전 교수는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1994년에는 북한 노동당의 한국 내 지하당인 구국전위 사건으로 6년을 복였했다. 아들인 안씨도 구국전위 사건으로 3년을 복역했다.

종북세력들이 민주화, 통일 등 그럴 듯한 구호로 위장해 암약해 온 것이 어제 오늘은 아니다. 1960 ~ 70년대 대표적 좌익 이론가였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5월 저서 ‘보수가 이끌다- 한국 민주주의 기원과 미래’를 통해 1차·2차 인민혁명당(인혁당)사건,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 남민전 사건 등이 공산화 혁명운동임을 증언했다. 통혁당에 대해선 김일성 정권의 지령에 의해 결성됐음을 구체적 과정과 함께 밝혔다. 지난해 6월 박범진 전 국회의원도 저서 ‘박정희 시대를 회고한다’를 통해 인혁당 입당 사실을 고백하면서 “인혁당 사건은 공안조작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정일 정권은 체제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공격할 능력이 없다거나 적화통일 야욕을 버렸다고 좌파세력이 주장하는 건 대한민국을 무장 해제하려는 또 다른 궤변이다. 오히려 정규전이나 경제력으로는 이길 수 없음을 알고 대한민국 내부의 친북·종북 세력을 이용하는 통일전선전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타계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 책상 위 보고서를 보았더니 그날 아침 (한국의) 핵심기관 회의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미 연합 작전계획이 북한에 전달된 흑금성 사건이나, 인터넷 종북 카페에 장교와 사병이 무더기로 가입한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종북세력들은 공안 당국의 반(反) 대한민국 세력 수사 때마다 ‘색깔론’이라는 궤변으로 물타기를 하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김정일은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종북세력의 활동공간이 넓어지는 틈을 파고들려 할 것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천안함 폭침을 ‘전쟁세력 대(對) 평화세력’ 구도로 뒤집어 야당의 대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총선에서 종북인사의 대거 당선으로 원내 교두보를 확충하고, 대선에서 친북·종북·대북유화적 인사의 집권을 기도하려 할 것임이 틀림없다. 내년 총·대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르는 중대 선거다. 내부의 적(敵)들을 도려내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