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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11년 07월 14일(木)
돈만 꿀꺽, 물건 깜깜… ‘사이버 등치기’ 주의
포털 카페 사기 한 해 1만여건 피해 신고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그래픽=이고운기자 leegon@munhwa.com
지난 11일 오후 김모씨는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마침 시가 150만원 상당의 카오디오 제품을 46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읽고 상대방에게 연락을 했다. 주민번호와 주소는 물론이고 택배 배송번호까지 받았으나 이틀이 지나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택배 배송번호는 가짜였고, 물건을 보내 주기로 한 당사자는 이미 연락두절 상태였다.

같은 날. 생일을 맞은 이모씨는 저렴하게 영화 예매권을 제공한다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1만1000원을 송금했으나 그 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영화를 보기로 했다가 기분만 상했다. 정모씨도 지난 10일 하자가 전혀 없는 고가의 청바지 정품을 팔겠다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23만원을 입금했으나 받고 보니까 찢어지고 냄새 나는 제품을 받아 황당했으나 판매자가 연락이 두절돼 물건을 반품하지 못했다.

이들 3명은 모두 동일한 인터넷 카페에서 피해를 입었다. 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카페 ‘중고나라’. 13일 현재 카페 회원 수만 783만5939명으로 여기를 통해 발생하는 카페 회원 간 상거래 규모는 웬만한 인터넷 쇼핑몰이나 오픈마켓에 버금하는 엄청난 금액일 것으로 유통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규제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통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각종 사기 피해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물품사기 피해정보 공유사이트 ‘더치트’에 접수된 중고나라 피해 신고 건수는 지난 12일 하루만 해도 50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14일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네이버 카페 회원의 직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무려 1만636건이었으며, 그 중 대부분은 중고나라에서 발생했다. 또 다른 포털사이트인 다음이나 세티즌·루리웹 등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도 피해 신고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다음 카페를 이용하는 주부 박모씨는 명품 냄비를 매우 싸게 판매하겠다는 게시물을 보고 남편 계좌로 판매자에게 35만원을 입급했다. 그러나 이 역시 택배 배송번호나 판매자 연락처 등이 모두 위조된 것이었다. 박씨는 “상대방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 본인을 소개하면서 다음, 네이버 등의 주요 육아 카페에서도 활동을 해 믿었다가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피해 규모는 명확히 집계되고 있지 않으나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 업계는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하루 거래되는 액수만 해도 수십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 유형도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사기거래뿐만이 아니라 위조품이나 밀수, 장물 등과 같은 불법 제품의 유통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데다, 법적으로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술과 담배, 의약품, 전기충격기 등도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들 카페 등에 접속해서 ‘양주’라는 검색어를 치면 ‘수입 양주 두 병을 5만원에 판매’ 등과 같은 게시물이 수두룩하다. 국세청의 경우 허가를 받지 않은 개인이 주류 제품을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카페 등이 각종 상거래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대형 인터넷 쇼핑몰이나 오픈마켓과는 달리 안전장치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오픈마켓의 경우 판매자 신분이 확실한 데다, 사업자가 중간에서 거래 자체가 안전하게 성사된 경우에 한해서만 물품 대금을 보관했다가 나중에 판매자에게 보내주는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이들 카페나 커뮤니티 사이트의 경우 개인 간의 상거래여서 개개인이 주의하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전자상거래 센터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006년 7236건에서 2010년 1만8914건으로 160여%나 늘어났다. 문제는 오는 9월 국회 통과가 확실시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 효력을 발휘해도 여전히 인터넷 카페 등의 경우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법 개정의 골자는 통신판매 중개인의 정보제공 책임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사업자의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게 개정 법안의 핵심 골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포털사이트나 오픈마켓 사업자의 경우 상거래 피해 발생 시 연대책임을 지게 된다. 반면, 인터넷 카페 등의 경우 운영진이나 포털사업자 등이 거래 자체에서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게 아니어서 과연 이들에게 소비자 피해에 대한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논란거리다.

한 유통 전문가는 “결국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면서 광고 등과 같은 간접이득을 얻는 카페 운영진이나 포털사업자 등의 책임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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