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엄마를 닮고 싶지 않은 16세 소녀의 성장통

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 / 오채 지음 / 비룡소

제목으로 쓰인 ‘짭조름한’이라는 말은 조금 짠맛이 있다는 뜻이다. ‘여름날’이라는 말 앞에 붙어 신산한 일을 겪은 시기라는 것을 드러내지만, 발음을 하는 순간 왠지 해학이 느껴진다.

16세의 소녀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어린 나이에 힘겨운 일을 겪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무거운 한숨을 내쉬게 하지 않고 오히려 자주 미소를 짓게 한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은 경쾌한 걸음의 어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까닭이다.

주인공 초아에겐 36세의 젊은 엄마가 있고, 아빠가 다른 7세짜리 동생 청록이가 있다. 엄마가 20세 때 가출해 초아를 낳은 뒤 재혼해 남동생을 낳은 것이다.

엄마는 늘 가족이 ‘한 뿌리’임을 강조하지만, 초아는 속으로 콧방귀를 뀐다. 계모임 사기 사건에 휘말려 야반도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명품 가방을 챙기는, 허풍과 가식으로 똘똘 뭉친 철없는 어른인 엄마에게서 가능하면 멀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재혼한 남편에게서도 버림받은 엄마는, 전라도 외딴섬에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간다. 거기에는 엄마가 16년 전 가출한 후 홀로 살고 계신 외할머니가 있다. 엄마가 이 섬에 찾아든 이유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고문서를 할머니한테 받아 제2의 인생 역전을 누리기 위해서다. 어쩌다 보니 초아도 우스꽝스러운 보물찾기에 참여하고 그 와중에 외할머니에서 엄마와 자신에게까지 이르는 3대 모녀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을 어른이 읽는다면, 절대로 엄마 아빠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던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쓴웃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초아는 “나는 절대 엄마와 같은 부류에 들지 않으리라”며 발버둥을 치지만, 문득문득 자신의 모습에서 엄마를 발견하고 놀란다.

청소년의 성장통이 앞날을 더 튼실하게 만든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유머러스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 덕분에 한달음에 읽히는데, 소설의 첫 대목에서 슬쩍 내비치는 ‘질량 보존의 법칙’이 가족의 무게를 재는 주제를 함축하는 등 상징 미학도 뛰어나다. 2008년 장편동화 ‘날마다 뽀끄땡스’로 제4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첫 청소년 소설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