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꿀벌이 갑자기 사라졌다’ 진실찾기 나선 양봉업자

꿀벌을 지키는 사람 / 한나 노드하우스 지음, 최선영 옮김 / 더숲

인류의 식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곤충이 있다. 바로 꿀벌이다. 농작물을 수분하고 식물의 열매를 맺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에게는 꿀을 선사하는 고맙고 소중한 곤충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4대째 양봉업자로서 꿀벌지킴이로 살아온 존 밀러라는 한 남자의 삶을 5년 동안 추적하며 써내려간 논픽션이다. 하지만 단순히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을 찾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저자는 밀러의 삶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밀러는 1만개의 벌통을 트럭에 싣고 미국 전역으로 꽃을 찾아다니고 꿀을 모으는 평범한 이주 양봉업자였다. 하지만 그의 꿀벌 인생에 전환점이 온 것은 지난 2005년. 그해 겨울 밀러는 단 몇주 만에 4000개나 되는 벌통을 잃었다. 이는 전체의 절반가량인 1억5000만마리에 해당되는 수치였다. 밀러만이 당한 일은 아니었다. ‘벌집 군집 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는 이름까지 얻은 이 현상이 발생한 이후 밀러는 ‘생존의 기로에 선 위험에 처한 종을 지키는 관리자’가 된다. 그는 사라져가는 꿀벌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벌떼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큰 곤경을 겪으면서도 꿀벌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밀러의 삶은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