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 中 가라앉고 日 뜬다고?… 한국은 ?

넥스트 디케이드 / 조지 프리드먼 지음, 김홍래 옮김 / 쌤앤파커스

“중국은 향후 10년 이내에 경제 성장이 정체하는 위기를 맞으며 강대국 조기 진입이 좌절된다. 반면에 일본은 현재의 재난을 극복하고 초강대국으로 재부상할 것이다.”

미국의 국제정세 분석가인 조지 프리드먼이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내용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 퍼져있는 ‘중국 대망론’과 ‘일본 쇠퇴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전망이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은 “초강대국으로 재부상하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과 한국을 지렛대로 이용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몇십년간 평화로웠던 상태에 비해 향후 10년간 심하게 요동치는 정치·경제적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급변하는 상황에 신중하고 민첩하게 대처할 마키아벨리 같은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미래의 일을 완벽하게 맞힐 수가 있을까. 그럼에도 프리드먼의 주장에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경제·외교·군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로 평가받는 스트랫포(STRATFOR·Strategic Forecasting)의 설립자인 그가 ‘헛소리’를 지껄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Next Decade’)이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 6개 대륙에 걸쳐 발생하게 될 권력의 이동을 예측하고 있다. 각 대륙별로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전망을 차례대로 짚어 나가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이 1등 국가로서의 패권을 유지하며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할 수 있는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프리드먼은 미국이 9·11테러 이후 10년간 테러리즘이라는 문제에 집착, 다른 국가를 상대하는 장기적 전략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실패 등은 그 명백한 증거다.

“향후 10년을 위한 미국의 정책에 가장 필수적인 항목은 균형잡힌 세계 전략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고대 로마제국과 100년 전 대영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군사력을 직접 개입시키지 않고, 여러 국가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상황을 조성한 뒤, 어떤 국가가 저항을 선동할 경우 주변의 다른 국가를 통해 그 국가를 상대하게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미국의 정책이 균형을 회복하려면 이스라엘과 ‘티나지 않게’ 거리를 두고 파키스탄을 지원하며 이란을 수용해야 한다. 유라시아에서는 독일과 러시아의 밀월을 저지하기 위해 폴란드 등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독자로서는 미국의 세계 전략 중에서도 대아시아 정책, 특히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한 전망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북한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프리드먼은 “북한이 향후 10년간 살아남을 것”이라면서도 “핵으로 영구적인 안정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프리드먼 역시 북한이 한시적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일시적 존속은 한반도와 인접 국가의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겠지만, 한국과 미국을 더 가깝게 하는 요인이 된다.

프리드먼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정세에서 핵심 변수 중의 하나로 중국 경제를 든다. 그는 중국이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해 왔으나 지금까지도 13억 명의 인구 중 10억 명 이상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주민들과 같은 수준의 극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주시한다. 그들이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할 경우에 저임 노동에 근거해 성장을 해 온 중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이 수출에 의존함으로써 유럽이나 미국이 제품을 사 주지 않으면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 다다른 것도 큰 약점이다.

일본 역시 잇단 자연 재해와 심각한 고령화 문제 등으로 당분간 경제적 불안을 겪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역사에서 보듯 회복력이 강한 공동체이기 때문에 사회적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강력한 힘을 다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프리드먼의 예측이다.

그는 미국이 일본 경제의 재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경제가 침체하지 않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일본과 최대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일본에 군사력을 증강할 명분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미국은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한국에 의존할 것이다. 다행히 한국과 미국은 이미 동맹국이기 때문에 한미 관계를 진척시키더라도 일본이나 중국의 우려를 사지 않는다. 향후 10년 동안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협력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연 프리드먼의 예상은 맞아떨어질 것인가. 중국이 내재된 문제들 때문에 강대국 진입의 야망이 좌절된다면 한중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그럴 경우에 한미, 한일 관계는? 아니 그의 예측이 틀려서 중국이 내부의 어려움들을 해소하며 성장 가도를 지속한다면 한국은 미-중-일을 어떤 장기적 전략으로 상대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새삼스러운 질문을 한국인들에게 던진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