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돈처럼 ‘짜게’ 써라 !

거대한 갈증 / 찰스 피시먼 지음, 김현정·이옥정 옮김/ 생각연구소

경제학의 관점에서 ‘물 위기’를 분석한 책이다. 그동안 우리는 물에 대해 환경적 측면에서 오염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용량을 줄이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의 물 결핍이 인구증가, 가치 폄하, 시스템 노후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물 위기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하며 위협적이라고 강조한다. 의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공급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세계 인구는 4배 증가했고, 물 사용량은 7배 증가했다. 2025년까지 향후 10여년 동안 전 세계 인구는 12억명 늘어날 것이고, 2050년까지는 24억명가량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40년 동안 늘어나는 인구가 1900년 당시 지구상에서 생존했던 인구를 능가하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더 많은 사람이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인구론적 관점에서 급격한 인구 증가로 물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인류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자는 현재 진행 중인 물 부족 사례를 들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예컨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인구는 매년 6만명씩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공급하는 수자원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늘어나는 주민에게 물을 공급하려면 매주 미드호에서 1억갤런(약 3억8000ℓ)의 물을 추가로 끌어와야 하는데 미드호가 안정적인 수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매년 2000만명씩 인구가 증가하는 인도에서도 물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1ℓ의 물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와 인프라가 필요하다. 새로운 댐, 물 처리 시설, 저수지, 운하를 계획하고 건설하는 것은 물론 바닷물을 식수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물을 지으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며 “물은 곧 ‘돈’이라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종래의 물 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우선 물에 대한 개인의 생각과 태도를 혁명적으로 바꿈으로써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물에 대한 인간의 안일한 인식은 위기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밥을 하든, 1에이커의 경작지에서 밀을 키우든, 반도체를 만들든 그 물을 이용해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물의 가치가 정해진다”며 “개개인이 물의 가치를 바르게 인식하고 물을 보다 신중하게 사용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샤워 시간을 1분 줄이는 것에서부터 화장실 변기에 벽돌 넣어 사용하기, 세차 시 호스 대신 양동이 사용하기까지 물을 사용하는 개인의 습관 변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때 위기 해결이 조금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