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길들이는 것이 아닌 깃들여 사는 곳

몸에 갇힌 사람들 /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창비

S-라인, 초콜릿 복근, 몸짱…. 이런 말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세상이다. 이른바 ‘몸짱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헬스클럽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각양각색의 다이어트를 시도하며 ‘아름다운 몸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몸짱이 되기 위해 단기간에 무리하게 운동을 할 경우, 부상의 위험은 물론 다이어트 실패로 인한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쇠귀에 경읽기’일 뿐이다.

고(故) 다이애나비의 폭식증을 치료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이 책(원제 ‘Bodies’)을 통해 완벽한 몸에 대한 강박 속에 ‘몸의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몸에 대한 집착은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평생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뛰어난 운동 선수의 민첩함을 모방하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열망은 근사한 복근을 갖고자 하는 욕망으로 집중되고, 네 살밖에 안 된 어린 여자아이들이 신체적 자의식을 갖게 되면서 거울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연습하는 오싹한 광경을 연출한다. 식이장애는 10대뿐 아니라 양로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저자가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식이장애, 비만, 멀쩡한 몸을 스스로 흉하다고 여겨 변형시키려고 하는 신체이형증, 성형중독, 섹스와 섹슈얼리티의 문제 등을 망라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들을 ‘몸의 문제들’이라고 통칭하며 실제 상담한 숱한 사례를 바탕으로 몸의 불안을 야기하는 문제들을 파헤치고 몸과의 올바른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을 제안한다.

저자는 먼저 몸의 문제들을 다룰 때, 신체 발달이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유년기의 어느 결정적 시기에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을 정립한다. 그때 ‘진정한 몸’이 형성되지 않고 ‘거짓된 몸’이 형성되면 그 여파가 평생 지속되면서 여러 문제들을 일으킨다. ‘거짓된 몸’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부모다. 우리가 최초로 신체적 감각을 습득하는 공간이 바로 가족으로, 부모가 자기 몸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면 그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에게도 전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왜곡된 미의식을 조장하는 다이어트 산업을 비롯한 각종 산업(패션, 식품, 제약 등)들의 폐해는 심각하다. 이들 산업은 포토샵으로 보정한 이미지를 유포함으로써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몸’에 대한 관념을 전달한다. 그런 산업들 때문에 우리는 몸을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바꾸고 개량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됐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 몸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만들어진 하나의 획일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신만의 진정한 개성과 가치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우리는 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몸에 새로운 육체성을 부여함으로써, 몸을 우리가 달성해야 할 열망이 아니라 우리가 깃들여 사는 장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