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신청’ 없는 데이트… 문제는 ‘매너’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왜 전화하지 않았을까? / 레이첼 그린월드 지음, 추미란 옮김 / 민음인

첫 데이트뿐 후속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애프터신청을 받지 못할 경우, 여성들은 “상대가 (싱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는 등) 이성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미처 안 돼 있다”고 여긴다. 혹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을 것”이라든지 나이차, 매력없는 자신의 외모를 탓한다. 과연 남성들은 그렇게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일까.

‘데이트 코치’로서 싱글남녀의 인연맺기를 거들고 있는 저자는 이 같은 여성들의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남성들이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은 것은 상대여성이 자신이 싫어하는 말과 행동을 했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갖지 못했고 더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뿐이지 부적절한 시기나 외모 탓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은 데이트의 폭은 넓어졌으나 깊이는 얕아지고 상대에 대한 기대치만 높고 거절이 쉬워진, 오늘의 데이트 풍속을 주목한 색다른 연애심리 분석서다. 남녀의 만남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를 조사 분석한 뒤 그 자료를 토대로 애프터로 이어지는 첫 데이트의 노하우를 제안한다.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10년 동안 3만여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한편, 남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를 캐물었다. 남녀가 오해와 착각으로 좋은 인연을 놓치는 오류를 번복하지 않도록 무엇이 첫 만남의 문제였는가를 구체적으로 밝혀보자는 의도였다.

마케팅컨설팅 회사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던 저자는 “첫 데이트가 직장의 면접시험과 비슷하다”며 “면접이 그렇듯 데이트 때도 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단시간 내에 호의적인 감정을 갖도록 이끄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첫 데이트에서 상대에게 자신의 참모습을 각인시키려고 벼르기보다는 상대가 자신에 대한 호기심으로 두 번째 데이트를 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면접에 앞서 지원한 회사의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듯 데이트 상대는 물론, 이전 데이트의 실패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두 번째 데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연애심리를 분석한 이 책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저자가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1000번의 인터뷰 자료를 수록한 ‘그가 전화하지 않은 이유’다. 첫 데이트 이후 애프터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이트 브레이커’의 사례는 모두 16가지. 남자들이 다시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유형으로 지목한 톱5는 ‘주도적이고 논쟁적이며 감독하려 드는, 보스 같은 여자’ ‘열정이 부족하고 지루한 여자’ ‘거짓말을 일삼는 모호한 여자’ ‘도도한 공주 같은 여자’ ‘달라붙고 오버하는 여자’ 등.

이 책은 독립적이고 능력있는 ‘보스 같은 여자’들에겐 대화 중 전문용어, 바지정장, 지시하는 말투를 자제하는 한편 농담투의 대화, 상대의 의견을 묻는 대화법 등, 여성의 특성별로 첫 데이트의 구체적인 실천지침까지 제시한다. 남녀 교제에서 만남을 리드하는 여성세를 반영하듯 여성의 데이트 신청을 기다리는 남성을 위한 자료로 ‘그녀가 전화하지 않은 이유’도 흥미롭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