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기후 변화가 ‘인류 먹을거리’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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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전은경 옮김 / 알마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서구 선진국들은 굶주림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언젠가는 극복할 것이라고 여겼다. 풍요롭던 시대, 유럽에는 버터와 곡물, 우유와 포도주가 산을 이루었다. 냉동 창고에는 반으로 잘린 소들이 천장까지 쌓였다. 경작지에 적용된 과학기술 혁명 덕분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훨씬 지난 2008년 세계 곡물 비축량은 1개월분도 채 남지 않았다. 성서에 언급된 마른 소들의 유령이 눈앞에 다시 등장한 것인가. 독일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인구론’을 통해 식량위기를 예언한 토머스 맬서서의 경고를 인류가 너무 일찍 잊은 것은 아닌지 경고음을 발한다. 책은 세계식량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총체적으로 모색한 최고의 식량문제 입문서로 부족함이 없다.

현재 경작지의 생산능력은 모두 고갈돼 농산물 수출국의 저장고는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다.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30억명이 증가해 식량수요는 10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세계식량 시장에 닥친 위기는 대재앙의 전주곡인가. 저자는 인류의 식량 확보를 가장 강력하게 위협하는 것은 기후변화라고 지적한다. 최근 열대지방의 ‘스콜’과 우기를 연상케 하는 100년 만의 국지성 호우와 긴 장마, 동해안 어종변화 등 기후변화를 실감하는 우리나라도 식량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후대 위치 변화로 비가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은 수확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위험에 처해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2도만 상승해도 벼 수확이 줄어든다.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면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는 10억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는 바람과 물, 증가하는 염분화로 비옥한 토양의 감소를 가져온다. 관개농업과 무리한 지하수 채굴로 줄어드는 물 비축량도 골칫거리다. 세계 종자 콘체른의 고성능 작물로 인해 자취를 감추는 수많은 품종 등 ‘종의 다양성’ 상실도 큰 위협거리다.

특정 종에 강한 병충해나 전염병이 퍼졌을 때 그 피해는 치명적이다. 세계 식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벼와 밀의 경우 지역적인 품종 가운데 80%의 종이 이미 사라졌다. 1845년 감자마름병이 아일랜드를 기습해 섬 전체의 감자를 단숨에 파괴했다. 단 한가지 품종에서 나온 감자를 단일경작한 것이 원인이었는데 이 품종은 곰팡이에 저항력이 없었고 원래부터 병에 취약했다. 결과는 아일랜드인 150만명이 굶어 죽었다.

늘어나는 육식 욕구로 인간과 동물이 곡물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바이오 연료에 대한 갈망 역시 식량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5800만 헥타르의 경작지가 연료작물의 재배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는 세계 식량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식량문제에 맞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사례로 케냐의 도시농업프로젝트와 인도의 혼농임업, 아이티의 새 텃밭가꾸기와 부르키나파소의 물웅덩이, 베냉의 마니그리마을 등을 든다. 위기 극복 전망은 여전히 회의적인 가운데 저자는 아래로부터의 농업혁명, 해당국가 시민단체들의 자립농 강화정책 등을 통해 희미하게나마 미래의 희망을 엿본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