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일제강점기 ‘인권 변호사’ 후세 다쓰지 평전

나는 양심을 믿는다 / 후세 간지 지음, 황선희 옮김/현암사

일제강점기에 핍박받던 조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와 양심’을 실천했던 일본인 인권 변호사 후세 다쓰지(布施辰治)의 평전이다.

일본인이면서도 그는 독립선언에 참여한 재일 조선인의 변호를 맡았으며, 항일 테러조직인 의열단원의 변호를 위해 당시 경성까지 달려가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조선 강제 병합을 비난했으며, 3·1운동 직후에는 ‘조선인들의 독립운동에 경의를 표함’이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간토(關東) 대지진 때에는 조선인 학살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사죄의 글을 한국의 신문사에 우송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행적이 문제가 돼 그는 두 번 구속되고, 세 번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책은 신문기자 출신인 그의 아들 후세 간지가 썼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끝내 마음을 열지 못했지만, 암투병 중인 아버지로부터 그가 지켜온 양심의 기록을 받아 적었다. 1963년 일본에서 출간됐던 책이니 국내에서 출간되기까지 48년이 걸렸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