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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08월 17일(水)
‘한물간’ 이들의 ‘물 오른’ 로맨스
‘가방끈’탓 해고당한 중년과 까칠한 여교수의 사랑 로맨틱 크라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는 올해 55세다.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44세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이들은 배우로서도 절정의 시기를 지나 ‘한물간’ 느낌을 준다.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로맨틱 크라운(18일 개봉)’의 국내 시사회에 기자들이 몰리지 않은 것은 그것을 새삼 증명해 줬다.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한 대배우들인데 뭔가 있겠지.” 이런 마음으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뜻밖의 횡재라도 한 것과 같은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고달픈 세상을 살아갈 희망을 잔잔한 여운으로 선물 받고,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영화의 원제는 주인공의 이름인 ‘래리 크라운(Larry Crowne)’.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하루 아침에 퇴출당한 중년 남자 래리(톰 행크스)는 해고의 빌미가 된 ‘가방끈’을 늘리기 위해 전문대학에 입학한다. 거기서 까칠한 여교수 메르세데스 테이노(줄리아 로버츠)를 만나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을 나누며 제 2의 인생을 꿈꾸게 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과정 속에 경제난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미국 서민들의 삶을 녹여놨다. 늦깎이 대학생인 래리가 캠퍼스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자유분방하면서도 개방적인 태도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특히 래리의 코디네이터를 자처하며 그를 스쿠터 동아리에 끼워주는 여대생 탈리아(구구 바사로)의 생기발랄한 모습은 사뭇 매혹적이다.

톰 행크스는 이 작품의 각본을 직접 써서 대형 제작사에 보여 줬다가 퇴짜를 맞고 스스로 제작사를 차려 영화를 만들었다. ‘댓 씽 유 두’(1996)에 이어 두번째로 감독도 겸했다.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는 “고교를 졸업한 후 전문대에 다닐 때 만났던 대학 친구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는 당대의 미국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과 부당 해고의 이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예기치 않게 닥쳐온 고통을 낙천적 품성과 이웃과의 연대로 극복해 내는 개인사가 부각돼 있다.

톰 행크스는 미국의 경제 위기에 대한 냉소주의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보는 듯하다. 그래서 영화 속 래리에게 거대한 자본의 벽에 부딪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개선시킬 현실적 대안을 찾게 하는 것이다. 사회과학으로 이야기하자면 논란거리가 많겠으나, 영화 속에서는 가난한 이웃들끼리 서로 보듬어 주면서 작은 희망을 만들어 나간다. 극중 래리가 이사를 갈 때 이웃사촌이었던 중고 가게의 부부가 눈물 콧물을 찍어 바르는 장면은, 지나친 감상주의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농후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온기를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톰 행크스는 이 작품을 연출하며 세세한 부분까지 줄리아 로버츠와 상의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로버츠는 너무나 잘 맞는 옷을 입은 것과 같은 연기를 보여 준다. 집에서 알코올을 탐하거나, 강의실에서 새침한 얼굴로 있거나, 스쿠터의 뒤에 타고 깔깔거리거나 모두 자연스럽다.

로버츠는 이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지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지켰다고 한다. 주인공 여배우는 주인공으로서 다른 배우들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감독은 자존심 강한 여배우가 연기의 공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시종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 결과로, ‘로맨틱 크라운’은 자칫 칙칙해질 수 있는 중년의 사랑을 아름답고 깔끔하게 만들었다.

연출자와 주연 여배우가 싸움질을 한 끝에 파경을 맞은 국내의 한 TV 드라마 제작 현장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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