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8.26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1년 09월 07일(水)
외국인 눈에 비친 이상한 秋夕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이만열/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아시아연구소장

한국에서 산 지 4년째다. 해마다 집사람 집에 가서 추석을 보낸다. 한국에는 나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집사람은 나를 데릴사위라고 부른다. 한국 문화에 친근감이 많아 늘 다른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자랑하곤 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아직도 추석이라는 한국의 명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이상한 건 외국인들은 한국의 추석 풍경을 구경할 수 있고 같이 식사도 할 수 있지만 차례에 참여하지는 못하는 점이다. 추석은 한국인 조상이 있는 사람만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석이 조상께 감사드리는 날이라면 외국인들도 당연히 자기네 조상들께 감사를 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추석은 외국인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미국의 경우 추수감사절이 있는데 17세기 청교도의 미국 첫 추석을 기념하는 명절이다. 하지만 17세기 청교도의 후예들만 기념하는 게 아니다. 추수감사절에 미국인 가족이 자기들끼리만 보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추석은 조상께 감사드리는 명절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추석 때 조상들에 관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자녀들에게 증조부가 어떤 분이셨는지, 어떤 일을 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 젊은이들은 조상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조상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어렸을 때 증조부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존경하게 됐다. 차례를 모시는 추석에 추모하는 조상이 있어야 하고 그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 추석이다.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하는데 대개는 도로상의 자동차 안에 갇혀서 지낸다. 고향을 찾는 수백만, 수천만 명이 같은 시간에 움직이니 정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 추석 때 고향에 ‘갔었다’는 사실 자체가 고향에 가서 ‘무엇을’ 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듯하다. 합리성으로만 따진다면 교통지옥을 피할 방법도 있지 않을까. 서로 다른 날 갈 수도 있고, 여러 친척이 함께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장소를 택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도 가족과 함께 맛있는 한식을 나눠 먹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음식 이야기만 한다. 답답하다. 자기 경험과 세상의 변화, 세계화, 교육 문제, 인생에 대한 고민 등 화제가 많을 텐데, 그런 중요한 얘기는 전혀 없다. 그 대신 김치가 맛있다느니, 호박이 비싸다느니, 아니면 어제 맛있는 냉면을 먹었다는 등의 이야기만 해댄다. 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까지 자신의 인생 상담, 깊이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결국 음식 이야기만 하다 헤어지는 셈이다.

추석은 풍요로운 수확에 대해 감사하는 날인데, 정작 추석 모임은 추수 감사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추석 때 논밭에는 가지도 않는다. 들에 나가서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자라고 열매 맺고 수확한 것인지 실제로 보면서 느끼게 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수확의 의미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도 없다. 그러니까 한국 학생들이 공부는 잘하지만 추석을 지내고도 추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한국의 추석날 주인공은 텔레비전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하고 싶은데 다른 가족들은 TV 앞에만 앉아 있다. 추석과 TV는 가족 간의 친목과 조상과 풍년에 대한 감사 등 전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왜 그런지, 무엇이 그리 매력적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맛있는 송편을 먹는 건 추석의 중요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그 맛있는 송편이 전통 한식으로 해외에 별로 소개되지 않는다. 추석의 비밀처럼 베일에 가려 있는 송편이 더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 왜 지금까지 외국인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불가사의다.
[ 많이 본 기사 ]
▶ 조국 파장에 文지지율 위태… 장관 임명 강행할까
▶ 서울대 총학 “조국, 후안무치…사퇴 촉구” 첫 입장
▶ 文대통령 지지율, 조국 논란에 급락…부정평가 50% 첫 돌..
▶ 변상욱 YTN 앵커, 조국 비판 청년에 “수꼴” 표현 논란
▶ 나경원 “조국은 범죄 혐의자…어떻게 검찰·사법개혁 이루..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文대통령, ‘애국펀드’ 가입… 연일 對日 강공
topnews_photo 국내 소재·부품·장비기업 투자“제2, 제3펀드 계속 만들어 달라”지소미아 종료·독도방어훈련 등文대통령, 실리보다 ‘원칙’ 고수일각에선 ‘..
mark나경원 “조국은 범죄 혐의자…어떻게 검찰·사법개혁 이루겠나”
mark고진영, CP여자오픈 ‘72홀 노보기 우승’…시즌 4승
조국 파장에 文지지율 위태… 장관 임명 강행할까
서울대 총학 “조국, 후안무치…사퇴 촉구” 첫 입장
애플, AI비서 통해 고객 사생활정보 엿들었다
line
special news ‘배려도 1등’ 고진영 “브룩, 너를 위한 관중이야”
캐나다 최고 스타에게 ‘최고의 마무리’ 선물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은 시즌 4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

line
文대통령 지지율, 조국 논란에 급락…부정평가 50..
변상욱 YTN 앵커, 조국 비판 청년에 “수꼴” 표현 논..
자녀문제 사과하고 ‘검찰개혁’ 꺼내든 조국…26일 ..
photo_news
톱 배우들이 카메오를 택한 이유… 친해서? 강..
photo_news
정해인 “제게 맞는 ‘멜로 옷’ 골라준 감독님… ..
line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illust
과시하기 좋은 작품에 열광하는 세상… 진짜 예술은 어디갔나
[인터넷 유머]
mark아빠와 아들 mark대통령과 정신병원
topnew_title
number ‘조국 딸’로 태어나지 못한 罪
성화봉송 주자에 김미화 등 친문 연예인… ..
“선배가 판 깔아주고 삥 안 뜯으면 후배들이..
매킬로이, PGA 투어 페덱스컵 우승…보너스..
日아베 지지율 5%p 상승…日국민 65% “韓백..
hot_photo
약 12광년 밖 적색왜성 주변서 지..
hot_photo
‘등하굣길 버려진 리얼돌’ 사진 논..
hot_photo
피겨 위서영, 주니어그랑프리 총..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