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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1년 09월 07일(水)
외국인 눈에 비친 이상한 秋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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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아시아연구소장

한국에서 산 지 4년째다. 해마다 집사람 집에 가서 추석을 보낸다. 한국에는 나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집사람은 나를 데릴사위라고 부른다. 한국 문화에 친근감이 많아 늘 다른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자랑하곤 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아직도 추석이라는 한국의 명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이상한 건 외국인들은 한국의 추석 풍경을 구경할 수 있고 같이 식사도 할 수 있지만 차례에 참여하지는 못하는 점이다. 추석은 한국인 조상이 있는 사람만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석이 조상께 감사드리는 날이라면 외국인들도 당연히 자기네 조상들께 감사를 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추석은 외국인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미국의 경우 추수감사절이 있는데 17세기 청교도의 미국 첫 추석을 기념하는 명절이다. 하지만 17세기 청교도의 후예들만 기념하는 게 아니다. 추수감사절에 미국인 가족이 자기들끼리만 보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추석은 조상께 감사드리는 명절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추석 때 조상들에 관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자녀들에게 증조부가 어떤 분이셨는지, 어떤 일을 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 젊은이들은 조상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조상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어렸을 때 증조부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존경하게 됐다. 차례를 모시는 추석에 추모하는 조상이 있어야 하고 그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 추석이다.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하는데 대개는 도로상의 자동차 안에 갇혀서 지낸다. 고향을 찾는 수백만, 수천만 명이 같은 시간에 움직이니 정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 추석 때 고향에 ‘갔었다’는 사실 자체가 고향에 가서 ‘무엇을’ 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듯하다. 합리성으로만 따진다면 교통지옥을 피할 방법도 있지 않을까. 서로 다른 날 갈 수도 있고, 여러 친척이 함께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장소를 택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도 가족과 함께 맛있는 한식을 나눠 먹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음식 이야기만 한다. 답답하다. 자기 경험과 세상의 변화, 세계화, 교육 문제, 인생에 대한 고민 등 화제가 많을 텐데, 그런 중요한 얘기는 전혀 없다. 그 대신 김치가 맛있다느니, 호박이 비싸다느니, 아니면 어제 맛있는 냉면을 먹었다는 등의 이야기만 해댄다. 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까지 자신의 인생 상담, 깊이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결국 음식 이야기만 하다 헤어지는 셈이다.

추석은 풍요로운 수확에 대해 감사하는 날인데, 정작 추석 모임은 추수 감사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추석 때 논밭에는 가지도 않는다. 들에 나가서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자라고 열매 맺고 수확한 것인지 실제로 보면서 느끼게 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수확의 의미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도 없다. 그러니까 한국 학생들이 공부는 잘하지만 추석을 지내고도 추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한국의 추석날 주인공은 텔레비전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하고 싶은데 다른 가족들은 TV 앞에만 앉아 있다. 추석과 TV는 가족 간의 친목과 조상과 풍년에 대한 감사 등 전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왜 그런지, 무엇이 그리 매력적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맛있는 송편을 먹는 건 추석의 중요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그 맛있는 송편이 전통 한식으로 해외에 별로 소개되지 않는다. 추석의 비밀처럼 베일에 가려 있는 송편이 더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 왜 지금까지 외국인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불가사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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