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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11년 09월 08일(木)
‘페어 프라이스’, 요지경 통신시장에 ‘페어 플레이’ 신호 쐈다
KT, 제도 시행 두달… 성과와 과제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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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휴대전화를 팔면서 유통은 90년대식으로….’

KT가 지난 7월 국내 이동통신업체로는 처음으로 내놓은 ‘페어 프라이스(공정 표준가격)’제도가 통신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며느리도 모른다’는 이통 시장에서 공정 경쟁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이통업계에 공정 경쟁 풍토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T가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아직까지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다른 이통사 및 제조사들도 도입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한 회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도입된 지 2년 남짓한 기간 만에 이미 1500만명을 넘어섰고, 올 연말에는 25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하이엔드(고사양) 스마트폰의 경우 출고가가 100만원에 육박할 만큼 비싸지만, 국내 이통 시장의 유통 구조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휴대전화 판매에 투입된 이통사의 보조금은 4조2000억원, 제조사의 장려금은 5조4000억원에 달한다. 10조원에 육박하는 돈이 보조금과 장려금 명목으로 휴대전화에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보조금과 장려금의 대부분은 고가인 스마트폰 구입자에게 지급된다.

더욱이 이통사의 보조금은 도·소매업자에게 모두 지급되지만 제조사의 장려금은 영향력이 큰 도매업자들을 중심으로 지급되고 있다. 휴대전화 영업점 단말기 가격이 들쭉날쭉하게 되는 주원인이다.

휴대전화, 특히 스마트폰의 가격이 영업점마다 들쭉날쭉이다 보니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싼 스마트폰을 찾아 이 대리점, 저 대리점으로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가 최근 10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객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가격 비교 등을 위해 온라인 정보 검색을 평균 16.7회,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평균 3.6회나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난 뒤에도 싸게 산 건지, 비싸게 산 건지를 몰라 기분이 찜찜하기 그지없다. 최근 한 조사전문업체의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 가장 불만족스러운 점으로 대리점마다 휴대전화 판매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이 꼽혔다.

한 해 시장 규모가 50조원이 넘는 국내 통신시장의 유통 구조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인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동일한 시점의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자산이나 상품의 가격이 같아야 한다는 법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물일가의 법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유통 구조 자체가 매우 후진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물일가의 법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휴대전화 가격이 올라도 의미가 없고, 내려도 별 의미가 없다.

KT가 지난 7월 도입한 페어 프라이스 제도는 이 같은 국내 이통시장의 후진적인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다. 최근 패널인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59.3%가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하는 통신사의 휴대전화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시행하지 않는 통신사의 휴대전화를 구매하겠다”(6.3%)는 응답보다 8배 이상 높다.

그러나 경쟁사가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회사만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할 경우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한 회사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쟁사들이 비정상적인 가격인하 공세를 펼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통업계의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가 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가 2009년 7월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를 확립하기 위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제3조)’과 ‘소비자기본법(제12조)’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고시에도 휴대전화와 전화기 등 통신기기 소매업에 대해 판매 가격을 표시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통시장에 페어 프라이스 제도가 정착되면 들쭉날쭉한 제조사의 장려금이 없어지기 때문에 휴대전화 출고가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페어 프라이스 제도로 시장을 투명화, 선진화한 뒤 그에 따른 제조사 장려금 감축분 등을 출고가 인하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후생을 증진시키고 국내 출고가가 해외보다 높은 역차별 현상도 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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