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읽는 색다른 척도… ‘色의 변천사’

팬톤 / 리트리스 아이즈먼·키스 레커 지음, 이택광·강미란·이수연 옮김 / 책읽는수요일

20세기는 인류의 탄생 이래 가장 다양한 색들로 넘쳐난 ‘색의 시대’였다. 패션과 미술부터 광고와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수많은 색채들이 등장했다.

세계 최고의 색채 전문가인 저자들은 이러한 색의 변천사 속에서 어떤 색채가 당대를 이끌었으며 어떠한 색의 조합이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시대의 아이콘이 된 디자인들을 팬톤의 시각에서 새롭게 재해석하여 컬러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1900년대 초의 페일 골드(Pale Gold) 컬러부터 2000년 직전에 나타난 미드나잇 네이비(Midnight Navy)까지, 폴 푸아레의 혁명적 의상부터 애플 컴퓨터의 혁신적인 디자인까지, 여러 시기와 분야에 걸쳐 수많은 색채들이 등장했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컬러 트렌드와 시대적 경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여성들이 파스텔 톤이나 중간색의 옷을 자주 입게 된 것은 당시 여성에게 강요된 사회적 역할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전쟁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도 색을 통해 드러났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영웅주의적이고 애국주의적인 색의 배합이 자주 눈에 띄었다. 보다 음울했던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젊은이들의 이상주의가 사라진 자리에 다소 무거운 중년들의 색채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징과 감정의 무지개를 펼쳐내는 색채의 맥락이 곧 역사를 읽어내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붉은 색만 하더라도 고대엔 진홍색을 권위와 권력의 상징으로, 주홍색을 죄의 증표로, 선홍색을 여성의 유혹으로 여겼다. 또 미국 정부는 대공황기에 정부 홍보 포스터에 검은색과 보라색을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 역경에 맞서는 미국인의 위엄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저자들은 “지난 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변화들을 색의 향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서 “역사의 렌즈를 통해 20세기의 첫 10년과 마지막 10년, 그리고 그 사이의 일들을 10년 주기로 살펴보고, 어떠한 색이 각 시대의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영향력들을 가장 잘 표현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봤다”고 밝혔다.

책에 실려 있는 200여 개의 도판 및 80개의 컬러 팔레트를 통해 색채 사용의 원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아울러 각 시기와 주제들에서 나타나는 혁신적 성과와 광범위한 유행 또한 균형있게 분석할 수 있다. 색과 사회, 디자인과 문화의 관계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예술서이자 인문서로 읽히는 책은 한국을 비롯, 전세계 8개 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