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향수’ 탄생의 비밀

샤넬 넘버 5 / 틸라 마쩨오 지음, 손주연 옮김 / 미래의 창

“난 아무것도 입지 않아요. 오직 몇 방울의 샤넬 넘버5뿐이죠.” 1952년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샛별 메릴린 먼로가 ‘침대에서는 무엇을 입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이 말로 더욱 유명해진 샤넬 넘버5는 출시된 지 90년이 된 오늘날에도 향수의 지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샤넬 넘버5는 전 세계를 통틀어 30초마다 한 병씩 판매되며 한 해에 1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게다가 1921년 코코 샤넬에 의해 탄생된 이래 한 세기에 이르도록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수’ 1위로 꼽히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향수의 영업권을 어이없이 팔아 버린 샤넬이 훗날 ‘복수’를 위해 만든 제품조차도 넘버5의 절대적인 위상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샤넬 넘버5의 비밀스러운 내력을 주의 깊게 추적한 연구 결과물’이다. 어떻게 샤넬 넘버5는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럭셔리 제품이 되었는가. 그 성공을 따라잡을 수 있다면 수십년이 걸린다 해도 좋을 그 운명의 비밀은 무엇인가. 저자는 샤넬 넘버5에 대해 마치 전설처럼 유포되고 있는 허구와 진실을 가려내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문화적 기념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화사학자이자 전기작가가 써 내려간 이 마법의 향수 이야기는 샤넬 넘버5를 처음 상상하고 기획했던 샤넬을 비롯해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패션계 친구들과 애인들, 최고의 향기를 빚어낸 조향사들, 영업적 파트너로 출발해 샤넬 넘버5의 실질적 소유주가 된 라 파르팡 샤넬사, 샤넬 넘버5의 뮤즈로 당대에 큰 인기를 누렸던 할리우드 스타들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여했던 인물들을 아우르고 있다. 샤넬이 자기만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개발에 착수한 기간까지 더하면, 책에 언급된 시기는 그 자체로 현대 향수의 역사라고 할 만하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