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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1년 09월 16일(金)
암 투병 이후 바뀐 건축관·인생관
“전엔 건물에 ‘나’ 드러내… 이젠 주변과 ‘조화’ 최우선”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만 환갑을 앞두고 암에 걸리셨는데 허무하다는 생각은 안 드셨습니까.

“처음에 위암 판정을 받았는데 좀 멍한 기분이 들긴 했습니다. 절제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있는데 방사선 치료를 했다가 재발하면 3개월 이상 못 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절제수술을 하려 했는데 수술 당일 취소하고 방사선 치료를 45일간 받았습니다. 이후 석 달에 한 번씩 검사를 하는데 괜찮다고 하더니 3년 뒤 서울대병원 과장이 대낮에 사무실로 찾아온다는 겁니다. 그건 재발했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몇 달 못 사는 거냐’고 물었더니 ‘과감하게 잘라 내면 3년은 살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날 경복궁에 갔습니다. 보들레르의 ‘낙엽’이란 시가 생각났습니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자기 관에 못 박는 소리로 듣는다는 내용의 시였습니다. 1시간쯤 걸었을까, 관리인이 5시까지 나가라고 하는데 그게 꼭 이 세상 하직하라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심영목 암센터장이 무려 14시간에 걸쳐 식도와 위를 잘라 내고 대장을 식도에 연결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의사들은 장기들이 제 기능을 찾을 때까지 일을 그만하라고 했지만 이후 책을 4권 썼고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를 짓고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개·보수를 하고 지하광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큰 병을 앓고 나면 인생관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건축이나 세상을 보는 눈은 좀 바뀐 것 같습니다. 또 남의 얘기를 듣고 남을 배려합니다. 제주영화박물관이나 씨네시티는 저를 드러낸 작품입니다. 그런데 암에 걸린 후에는 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그 집을 보게 되는 사람들, 50년 혹은 100년 뒤에 그 건물 주변과 그때 살게 될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를 지을 때 학생과 교수들, 10년이나 20년 뒤에 이곳에 올 사람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도봉산과 북한산과의 조화, 그런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강원도 인제에 태양광 관련 공장을 설계할 때는 10㎞ 바깥 동네 사람들과 아무 상관없이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건축주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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