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장애인 염전에 ‘노예 매매’

가출한 정신지체 장애인을 감금, 협박한 뒤 염전에 팔아넘긴 인신매매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장애인은 염전에서 임금도 못 받고 노예처럼 생활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15일 취직을 시켜주겠다며 가출한 정신지체 장애인을 꼬드겨 염전에 팔아넘긴 혐의(영리유인 등)로 총책 최모(65)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감시조 박모(30)씨 등 5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 3월30일 가출해 충남 천안시 천안역 근처에서 배회하던 정신지체 장애인 황모(21)씨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며 접근, 황씨를 유인한 후 4월 말 전남 영광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주모(43)씨에게 150만원을 받고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황씨를 염전에 보내기 전에 전북 무주 소재의 박씨 집에 2주 동안 가둬두고 황씨 명의로 대출 300만원을 받아 숙박, 식비 등의 명목으로 280만원을 강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중 대포폰 업자 안모(43)씨는 황씨 명의로 휴대전화 9대를 개설해 시중에 대포폰으로 팔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황씨를 넘겨받은 염전 업주 주씨는 지난 4월25일부터 6월까지 두 달 동안 황씨를 염전에 가둬두고 임금 300만원 가량도 지불하지 않은 채 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염전 밭 근처 창고에서 지내던 황씨는 6월말 주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탈출해 서울 집으로 돌아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번에 붙잡힌 총책 최씨는 일명 ‘최노인’으로 불리며 인신매매를 전문적으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점조직 형태로 인신매매단을 운영해온 이들은 총책, 모집책, 불법대출조, 감시조 등으로 역할을 나눠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 폭력배에 가담돼 있는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이 염전이나 새우잡이 어선에 팔아넘긴 정신지체 장애인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박정경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