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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수도권 명산 30選 게재 일자 : 2011년 09월 23일(金)
하늘에 제사하던 ‘氣의 산’… 한눈에 보이는 서해낙조 ‘아∼’
(20) 강화 마니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마니산 등산에서는 서해를 바라보며 걷는 능선길이 가장 큰 매력이다. 20일 찾은 마니산에서 흥왕리 마을의 논과 서해 갯벌이 맑은 가을바람 속에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낙조가 ‘명품’이다. 왼편 봉우리에 참성단이 있다. 강화 =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  오는 29일 경기도 전국체전 성화채화를 앞두고 20일 선녀옷을 입은 여학생들이 참성단에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강화 = 김낙중기자
참성단(塹星壇)의 문이 열렸다. 단군 왕검 당시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강화 마니산(摩尼山·468m)의 참성단은 훼손우려 때문에 2004년 8월부터 출입을 통제했고, 매년 12월31일과 1월1일의 해넘이와 해맞이, 개천절 의식과 전국체전 성화채화 때만 개방해 왔다. 이로 인해 연간 40만명 이상이나 되는 마니산을 찾는 사람들의 원성이 높았다. 참성단 개방은 강화군청이 공지한 적이 없었다. 가을 초입의 분위기가 물씬 하던 지난 20일 찾았을 때 참성단의 문이 열려 있어 깜짝 놀랐다.

한 달 전쯤 한 지방 신문에 ‘내년부터 개방한다’는 기사가 ‘강화군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식으로 났었다. 이날 참성단에 들어가 보니 초로의 남성 감시원 한 명이 지키고 있다. 여쭤보니, “9월부터 개방했다”고 들려준다. 슬그머니 ‘사실상’ 문을 연 모양이다. 어쨌든 반갑다.

과거 참성단의 훼손은 소수의 특정 종교 광신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막기 위한 출입통제가 이해는 가면서도 참성단에 둘러쳐진 철책이 몹시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마니산에 오르려면 1500원의 입장료를 낸다. 입장료 수익 중 일부로 요즘 흔해 빠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감시원을 두면 될 텐데도 흉물스럽게 막아놓은 것은 말 그대로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이에 항의가 끊이지 않자 개방을 결정한 것 같다. 연말까지 철책도 걷어낼 모양이다.

단군이 참성단을 지었다는 기록은 세종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그 모양과 크기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고, “조선 단군이 하늘에 제사하던 석단(石壇)이라고 세상에서 전한다”고 적고 있다. 앞서 고려시대에도 이색(李穡)과 이강(李岡)의 시에 참성단이 등장한다.

이들은 왕을 대신해 제를 올리기 위해 이곳까지 찾았던 만큼 참성단의 역사적 연원은 꽤 깊다. 정사(正史)에서는 배척하는 ‘환단고기’에는 “광개토대왕이 마니산에 들러 하늘에 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세종실록 등 조선왕조실록에는 ‘마니산’이 ‘마리산(摩利山)’으로도 기록돼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실록’에서 ‘摩尼山’이란 기록이 23건, ‘摩利山’이 16건이 검색된다. 1990년 YMCA의 명예총무였던 전택부씨를 위원장으로 하는 ‘마리산 이름되찾기 국민대회준비위원회’가 역사·국어학자 등이 중심이 돼 만들어져 개명운동을 활발히 벌였다. 백두산처럼 ‘머리’‘으뜸’의 의미가 있는 ‘마리산’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언론에서 큰 논란을 빚은 끝에 마침내 강화군이 소속된 인천시도 1995년 개명을 결정, ‘마리산’이 될 뻔했다. 막판에 ‘태클’을 건 곳은 중앙지명위원회였다. 이미 자리를 잡은 지명이고, 개명론자들의 주장이 학술적 토대가 약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종교적 배경도 없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기독교 사회단체의 ‘수장’이었던 전택부씨는 1992년에 쓴 ‘토박이 신앙산맥’이란 책에서 최남선의 고증을 근거로 조선시대 강화 유수(留守·지방관리)가 붕괴된 참성단을 승군(僧軍)을 시켜 보수했는데, 보수가 끝나고 장계(狀啓·지방관리가 왕에게 올리는 보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승려들이 리(利)자를 ‘석가모니’(釋迦牟尼)의 ‘니’(尼)로 슬쩍 고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서 보자면, 리(利)자는 그리스도의 한자 음역인 ‘基利斯督’(기리사독→기독) 중 한 글자여서 껄끄럽긴 비슷하다.

마니산은 한반도 배꼽에 자리잡고 있다. 산 정상에서 남쪽 한라산과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 1999년 풍수전문가들이 전국의 기(氣)가 센 지역을 선정해 지기(地氣)를 측정한 결과 참성단이 가장 많은 기를 분출하는 생기처(生氣處)로 나타났다고 한다. 강화군은 2008년에 ‘마니산 기(氣)축제’를 개최하기도 했으나 인천시의 지역축제 통합에 따라 바로 사라졌다.

서울에서 마니산 가는 길은 더욱 빨라졌다. 얼마전 올림픽대로가 끝나는 부분부터 강화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일부 개통됐기 때문이다. 이 도로가 2015년 전체 개통되면 서울서 한 시간 이내에 마니산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마니산은 높진 않지만 암릉으로 이뤄진 주능선이 바다를 따라 있어 한눈에 서해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가장 긴 종주코스는 화도버스터미널 부근 매표소에서 단군등산로를 따라 참성단을 거쳐 마니산 정상에 오른 뒤 계곡과 야영장이 있는 함허동천 또는 정수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참성단에서 마니산을 거쳐 절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은 암릉지대면서 좌우로 강화도 전체와 서해바다를 번갈아 보면서 탈 수 있는 손에 꼽을 만한 ‘명품코스’다. 특히 이 능선에서 바라보는 서해낙조는 견줄 바가 없다.

넉넉히 3시간 반이면 탈 수 있다. 원점회귀를 위해서는 보통 단군로를 지나 능선고개에서 왼쪽 방향으로 참성단에 오른 뒤 마니산을 둘러보고 되돌아 나와 참성단에서 1004계단길로 내려오는 등산로가 애호된다.

강화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코스
▲ 매표소 - 1004계단 - 참성단 - 마니산 - 함허동천
▲ 매표소 - 단군로 - 참성단 - 마니산 - 함허동천
▲ 매표소 - 단군로 - 참성단 - 마니산 - 1004계단 - 매표소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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