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년창업자를 위한 특례보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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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택수/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유례없는 빠른 성장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한, 지구상에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인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런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할 국민의 땀과 노력이 숨어 있다. 덧붙여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의 창업 1세대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선구자적 기업가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모든 건설회사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한겨울 유엔묘지 잔디 조성 공사에 겨울보리를 옮겨 심어 완공시켰다거나 1970년대 초 조선소 건설을 위해 미포만 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로 영국의 차관을 받아냈다는 얘기는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선발 기업들이 무모한 일이라고 비웃었지만 과감하게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어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를 키워냈다. 이 밖에도 많은 기업가가 해방 이후 불모의 땅에서 무역·전자·운송·건설·중공업·화학·에너지 등 지금의 산업을 대표하고 있는 각 분야에서 기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런데 이 같은 창업 1세대들의 용기 있고 지혜로운 기업가 정신을 지금은 주위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10여년 전 벤처 붐을 주도하던 젊고 패기 있는 창업자들의 열정도 식어 버린 느낌이다. 이미 안정 궤도에 오른 대기업들은 넉넉한 유보자금을 갖고 있지만 리스크가 따르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이 시대의 수많은 젊은이가 오로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려고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취업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정신, 기업가의 창조적 혁신이 자본주의의 역동성과 경제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라고 갈파했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도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는 기업가정신이 사라진 데 기인하며 “한국이 더 성장할지,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는 전적으로 기업가정신에 달려 있다”고 충고했다.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가들의 등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나 대학부터 젊은이들의 기업가정신을 북돋울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들도 중소기업이 개발하는 신기술에 적정한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 무엇보다 능력 있고 진취적인 젊은이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현실에 안주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고 기를 쓰는 대신,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이 혁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을 주도해 가고 있는 젊은 창업자들의 사례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 신용보증기금에서도 청년창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례보증 제도를 도입해 젊은 창업기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학생 창업 아이템 경진대회’나 ‘창업스쿨’ 등의 행사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기업가정신도 한껏 불어넣고 있다. 이 땅의 더 많은 젊은이들이 신보의 창업보증이나 정부 또는 공기관의 창업지원 제도 등을 활용해 창업에 성공하고 나아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