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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1년 10월 11일(火)
‘知的 한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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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동아시아문명학

한류(韓流)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한국발 사랑 노래, 스릴 넘치는 영화,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TV 드라마가 새로운 세대는 물론 기존 세대의 상상력까지 사로잡고 있다. 이렇듯 한류가 한국의 이름을 알리는 데 널리 공헌하고 있다지만 궁극적 의미에서 진정한 지적(知的) 한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조차 최고의 지성들이 한국의 작가 이름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고, 한국 주요 지성들의 글을 읽은 적이 없으며, 한국 역사의 깊이에 대해 무지한 것이 현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에 대해 찬사를 보낼 때조차 한국 전문가들의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로 된 서적과 저널을 읽고 한국의 미술관을 찾아 한국 지성들과 대화를 하는 외국인으로서 이러한 분야에서 세계에 널리 소개돼야 마땅한 부분이 많다고 단언한다.

우선 선행돼야 할 것은 한국의 과거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동안 한국인들은 불교와 유교, 자아와 사회에 대해 엄청난 양의 글을 써 왔지만 외부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일부 번역된 글도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을 번역해야만 하는 촉박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일본의 ‘겐지이야기’를 우호적으로 번역해 세계 문학 필독서로 만든 아서 웨일리나 중국의 ‘홍루몽’을 훌륭하게 번역해 베스트셀러로 만든 데이비드 호크스가 한국에서도 배출돼야 한다. 뛰어난 번역을 통해 접한 과거 한국의 뛰어난 인물들을 세계의 정치가 및 전문가들이 언급하기 시작하면 한국은 더 이상 1980년대 이후 세계 무대에 갑자기 등장한 나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전통의학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침술과 약초 기술은 여러 면에서 중국, 일본보다 범위가 넓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들조차 동양의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마당에 한국의 위대한 전통 의학을 소개하는 영문 자료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김남일 경희대 교수의 저서 ‘동의보감(동양의학의 이론과 실제)’의 영문본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갈 길이 멀다. 문제는 여기서도 한국의 지식인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인도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전 세계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최근 이주형이 쓴 ‘아프가니스탄, 잃어버린 문명―진 바미얀 대불을 위한 헌사’라는 빼어난 책을 읽었다. 작가는 아프간의 문화 전통이 침해당하는 비극과 조국이 가장 신성시하는 불상을 파괴하는 돌이킬 수 없는 탈레반의 결정을 세세하게 짚어냈다. 그의 저작은 매우 명료하게 읽히며 영문으로 제대로 번역된다면 세계적 베스트셀러도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작가들이 ‘다이달로스’와 같은 세계적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뉴욕타임스’의 북리뷰 섹션에 한국인의 책이 소개된다면 한류는 완성될 것이다. 이 시점에 한국인들은 ‘네이처’나 ‘셀 매거진’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또 서울대출판사 같은 한국의 출판사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게 해야 한다.

한국은 현대 예술 분야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가를 배출해내고 있다. ‘미국의 예술’과 같은 잡지를 볼 때마다 한국 작가의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국제적 관심을 이제 받기 시작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독창적이고 의미있는 비전을 가진 ‘서울회화학교’를 설립한다면 해외에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서울 예술가들의 아방가르드한 예술을 서울의 건물과 공공기관의 디자인에 접목시킬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독특한 도시 환경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작은 촉매제만으로도 서울은 이미 잘나가는 국제도시에서 파리나 로마의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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