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고교 수학교육 전면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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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남/서울대 사범대 교수 수학교육

지난주에 한 학생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서 노력을 해도 전공 과목의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며 조언을 구했다. 이처럼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해 수학 관련 전공을 하는 학생이라도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전에 공영 교육방송의 ‘공부의 왕도’라는 프로그램에서 수학 공부 노하우가 있는 3명의 학생, 이른바 ‘수학 공신(工神)’들의 수학 공부 비법을 비교, 평가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의 공부 비법은 각각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학생의 학습법은 한 권의 문제집만을 선택해서 5 ~ 6회 가량 반복해서 문제를 풀어 실력을 쌓는 학습이었다. 그 학생은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풀수록 오답 문제가 줄어들게 됐고, 이렇게 함으로써 수능 5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두 번째 학생의 학습법은 여러 개념이 통합적으로 사용된 응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 ~ 6개의 문제집을 풀어본 후 오답 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집들을 통틀어 같은 유형의 모든 문제를 정리, 학습한 것이다. 오답 노트를 만들어 자신이 공부한 해당 유형의 문제들을 모두 모아서 붙여 놓고 복습해 5 ~ 6권의 문제집을 모두 풀어본 것이다. 세 번째 학생의 학습법은 많은 문제를 보는 대신에 어려운 문제를 선택해서 해답과 다른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이를 만들어 보는 학습이었다. 기본 개념에 대해서도 자신이 가설을 세우고 증명을 해보는 방법으로 개념을 확실히 익히고 활용한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을 면담해 보면 수학에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습법은 많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가며 학습하는 첫 번째와 유형별로 정리, 학습하는 두 번째 방법을 조합한 것이다. 이렇게 단순 반복이나 유형별 학습을 한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문제의 원리를 질문하면 대부분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런 학생들의 대부분은 문제풀이 중심의 초·중·고교 수학 학습에서 원리를 엄밀하게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대학 수학으로의 전이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본다. 반면에, 세 번째 학습법은 대학 수학에서 요구하는 수학적 사고 즉,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설득하고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있는 엄밀한 논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을 문제를 많이, 또 잘 푸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1637년 피에르 드 페르마에 의해 제기된 문제가 1994년 앙드레 와일스에 의해 풀렸지만(증명됐지만) 여전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부른다. 이처럼 수학사를 통해서 수학 정리의 명칭은 처음에 가설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 전통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전통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 더 중요한 수학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 제기하는 의미 있는 수학 학습이라 함은 주어진 문제에 대한 서술과정을 통해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도 하고 문제의 조건이나 결론을 변형해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관찰과 상상력을 통해 이제까지 참이라고 믿어 왔던 수학적 사실을 부정해 봄으로써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은 단순한 지식 암기보다 지식을 활용하고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단순한 지식과 기능으로서의 수학보다는 학생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창의력과 수학적 사고력, 바람직한 수학적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학교수학의 목표가 돼야 한다. 이 목표는 단순히 주어진 문제를 많이 풀어서 도달할 수 있기보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학습으로 달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