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면 ‘그림자’와 ‘악마’가 숨어 있다

그림자 시장 / 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 베서니 맥린·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

세계 경제가 끝을 모르게 흔들리고 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듯하더니, 올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세계 경제는 다시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유럽발 재정위기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까지 요동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와 함께 시작된 반(反)월가 시위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치밀한 자료 조사와 수많은 인물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작금의 세계 경제 위기를 진단한 두 권의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 그림자 시장 = 현재의 불안한 경제 상황을 세계 경제 붕괴의 전조가 아닌 과도기적 구조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제경제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말하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란 미국과 유럽 중심이던 세계 경제 주도 세력이 교체돼 가는 과정으로, 그 과정을 이끄는 중심에 ‘그림자 시장’이 있다는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경제를 이끄는 가장 유력한 세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전 세계 은행들도, 주요 7개국(G7) 정부들도 아니다. 은밀하게 규제를 받지 않는 수조달러 규모의 투자기관들로 이뤄진 네트워크인 ‘그림자 시장’으로, 그 중심 세력은 중국과 여러 산유국, 싱가포르, 노르웨이 같은 슈퍼리치 국가들이다. 책에 따르면 그림자 시장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에 적대적이며, 자본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추구한다. 저자는 특히 그림자 시장의 한 축인 중국이 어떻게 재정적인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을 비롯, 전 세계 여러 나라와의 관계에 교묘하면서도 확고하게 영향을 미쳐 왔는지를 살핀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을 경계해야 할 부자 나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 나라들이 식량 확보를 목적으로 가난한 나라의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대우가 마다가스카르 정부로부터 농토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을 90년간 임차한 사실을 예로 들고 있다. 저자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위험과 함께 기회도 생겨났다”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미래의 경제적 파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한다.

◆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월스트리트의 성장과 몰락을 다뤘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젊은이들이 왜 월스트리트를 겨냥해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경제전문지 ‘포천’의 경제기자 출신의 칼럼니스트와 비즈니스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두 저자가 만나 펴낸 이 책은 월스트리트를 둘러싼 금융위기의 음모와 진실을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구절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들이 여기에 있도다”에서 따왔다는 제목 속 ‘여기’는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 월가를 가리킨다.

‘악마’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최고경영자(CEO)와 투자 전문가, 정치가, 경제 관료 등으로 금융위기를 유발하고 또 방조한 이들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앨런 그린스펀과 티머시 가이트너, 벤 버냉키 등 정책 책임자들과 골드만삭스와 베어스턴스, 메릴린치 등 유명 금융기관의 임원들은 ‘악마’로 다시 그려진다.

책은 금융 재앙의 씨앗으로 지적받는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이 탄생한 1980년대부터 시작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까지 30여 년에 걸쳐 쌓인 금융위기의 원인을 생생하게 들춰낸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