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러 영혼·베토벤 영감 합쳐 교향곡 ‘합창’ 탄생

문학과 음악의 황홀한 만남 / 이창복 지음 / 김영사

“실러의 시와 베토벤의 음악이 세상을 구원했다. 문학과 음악의 상호 작용에 대한 최고의 예는, 베토벤이 실러의 ‘환희에 부쳐’를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 제9번 ‘합창’의 4악장으로 작곡했다는 사실이다. 두 천재 예술가인 실러의 문학적 이상과 베토벤의 음악적 영감이 조화를 이뤄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문학과 음악 장르를 아우르며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융합 미학 예술서’다. 저자는 중세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근현대까지 독일 문학사를 개관하면서 작가의 영혼과 음악가의 영감이 어떻게 만나 위대한 명작을 만들었는지를 고찰한다.

독일의 대표 작가와 작품, 예술가의 삶을 통해 문학적 이상과 음악적 영감의 불꽃이 함께 타오르는 세계를 펼쳐보인다.

예컨대,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은 두 천재 예술가인 실러와 베토벤의 문학적 이상과 음악적 영감의 조화 속에서 이들이 갈망했던 유토피아를 당위적인 미래로 예언한다. 저자는 “이 교향곡은 인류에게 유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일깨워 주는 확신과 기쁨에 찬 긍정의 메시지”라며 “동시에 인간들 사이의 모든 적대적인 벽들을 파괴하는 에너지로서 시대를 초월해 인류와 함께,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위대한 예술작품”이라고 강조한다.

교향곡 ‘합창’뿐만이 아니다. 대문호 괴테와 음악가들의 교류로 탄생한 ‘파우스트’, 철학자 니체가 자신의 세계관을 전달하기 위해 노래 형식으로 구성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천재적인 극작가 브레히트의 희곡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뒤흔든 위대한 명작들은 문학과 음악의 교류라는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저자는 ‘문학과 음악의 상호작용에 대한 미학적 고찰’을 주제로, 독일 문학이 어떻게 언어 예술과 음향 예술의 융합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미학을 가지게 되었는지, 문학과 음악 두 예술의 상호작용을 역사적·문화적 발전 과정과 함께 미학·철학·심리학·사회문화사 측면에까지 두루 걸쳐 풀어내고 있다.

한마디로 저자는 시·소설·평론에서 연극·오페라·교향악까지 장르와 형식을 넘나들며 탄생한 독일 최고의 문학 작품을 한눈에 보여준다.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친필 원고, 초판본 표지, 악보, 서신 자료 등을 수록,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