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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1년 10월 21일(金)
인류는 의심했다, 고로 문명은 진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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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역사 / 제니퍼 마이클 헥트 지음, 김태철·이강훈 옮김 / 이마고

의심에도 역사가 있을까. 셀 수 없이 많은 종교의 역사를 다룬 책에 익숙한 독자들은 이 책의 제목부터 ‘의심’할 법하다. 미국 역사학자가 쓴 이 책(원제 ‘Doubt’)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2600년 동안 동서양에서 제기된 ‘종교적 의심’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살핀 역작이다. 과학사를 전공한 저자는 그리스신화에서부터 유대교, 힌두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전 세계 종교의 발생과 변천 과정을 추적하면서 믿음의 역사에 가려진 ‘의심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책에 따르면 기원전 467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낙사고라스는 떨어진 운석을 보고 태양이 헬리오스 신이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금속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불경스러운 주장은 무신론을 탄압하는 법의 제정으로 이어졌고, 아낙사고라스는 그 법에 의해 최초로 고발됐다. 종교와 과학 간 오랜 갈등의 기원이 된 사건이다.

저자는 이 같은 종교에 대한 의심을 ▲과학, 유물론, 합리주의 ▲무신론적 초월 프로그램 ▲세계주의적 상대주의 ▲우아한 삶의 철학 ▲부당함에 대한 도덕적 거부 ▲철학적 회의주의 ▲신자들의 의심 등 일곱 가지로 분류했다.

지동설을 주장하다 종교재판에 회부된 갈릴레이나 유대인이 신이 선택한 민족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가 유대교로부터 파문당한 스피노자 등은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 의심의 역사에서 아시아는 각별한 지위를 차지한다. 동양인들은 고대부터 신의 존재가 거의 의문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힌두교에는 여러 신이 있었지만 그들은 세계를 창조하거나 유지하지 않았고 불교는 인도의 전통적 신이나 어떤 초자연적 힘도 거부했다. 무신론자이면서 성경에 기록된 역사보다 더 오랫동안 서양인보다 더 위대한 문명을 이루고 살았던 중국인의 존재는 르네상스기 유럽의 의심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의심은 독자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의심가가 된다는 것은 위대한 전통과의 만남이고 조용한 존경과 열린 자부심으로 가득한 삶을 의미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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