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다 비슷하다고? 1달러라도 싸게 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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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면세점 업태별 특성을 꼼꼼히 따지면 보다 저렴한 면세 쇼핑이 가능하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 화장품 매장(위쪽)과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 강서구 공항동 신라면세점 김포공항점. 문화일보 자료사진

여유가 있을 때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김미선(여·32)씨는 경험이 많은 만큼 면세 쇼핑에도 발군이다. 김씨는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출국 전달부터 환율 추이를 유심히 살핀다. 전달에 비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기내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회사 동료들에게 줄 주류(술)를 산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기내 면세쇼핑 책자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기내 면세쇼핑과 공항이나 시내 면세점간 환율 책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 받을 수 있는 롯데면세점 VIP 골드카드 회원인 김씨는 지난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할 때 신라면세점에 롯데면세점 골드카드를 보여주며 바로 신라면세점 골드카드를 발급받아 혜택을 톡톡히 봤다. 면세점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경쟁사의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의 하나로 신라면세점 김포공항점이 이벤트를 진행하던 시기였다. 면세점도 다 같은 가격이 아니다. 알면 알수록 보다 싼 가격에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은 판매 장소나 방법에 따라 기내 면세점, 공항 면세점, 시내 면세점, 인터넷 면세점의 네 종류로 나뉜다. 기내 면세점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가 운영주체이며 제주항공은 롯데면세점에서 운영한다. 다른 세 업태는 롯데와 신라면세점 등이 운영한다.

면세 가격 책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환율은 기내 면세점과 다른 세 업태의 책정 방식이 다르다. 기내 면세쇼핑은 매달 항공사별로 면세 상품 책자가 나오는데, 면세품 가격에 그 직전달 원·달러 환율을 적용한다.

반면 일반 면세점은 외국환거래소의 전 매도환율을 기준으로 한다. 환율 변경시간은 자정으로, 전날 마감 원·달러 환율이 다음 날 환율로 바로 반영된다. 따라서 환율상승기에는 기내 쇼핑이 가장 나은 선택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공항이나 시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게 유리하다.

그렇다면 다른 세 면세점 업태의 가격은 어떨까. 한마디로 비행기에 가까울수록 비싸진다는 게 정설이다. 매장 비용이 추가되지 않는 인터넷이 가장 싸고 시내 면세점, 공항 면세점 순이다. 반면 공항 면세점이 가장 편리하다. 인천공항의 롯데, 신라,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의 통합 브랜드인 에어스타 애비뉴 관계자는 “물건을 구입해 바로 소지할 수 있고 인도장에서 긴 시간 기다릴 필요없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며 “할인쿠폰이 리무진 버스, 공항 내 로밍 부스, 환전소 등 여러 장소에 비치돼 있어 가격 경쟁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인터넷 면세점은 아무래도 물건을 직접 보지 못하는 만큼 자주 쓰는 화장품처럼 이미 사본 상품을 미리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시내 면세점은 명품 등 실물을 직접 보고 테스트해야 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많다”며 “공항 면세점은 미처 구매하지 못한 물품을 구입하거나 선물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는 깨지기 쉬운 주류나 화장품, 향수 등의 판매 비중이 높다.

인터넷 면세점이나 시내 면세점은 패밀리 세일이나 브랜드별 할인, 쿠폰이나 프로모션이 많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가격대가 조금 높은 보석, 시계, 가방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물건을 인도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국내 면세점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의 경쟁이 소비자에게는 혜택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경쟁사의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사 면세점 이용 고객이 자사 면세점의 멤버십에 가입할 경우 해당 면세점 등급과 동일한 등급으로 멤버십 카드를 발급해 주는 경우가 많다. 당장 올해 새로 문을 연 신라면세점 김포공항점은 롯데, 동화, 워커힐 등 다른 면세점 멤버십 등급과 동일한 등급으로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멤버십 카드는 현장에서 바로 발급해 준다.

상품권도 비슷하다. 롯데 상품권은 롯데면세점뿐 아니라 신라면세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인천공항 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서로 상대방이 발행한 할인쿠폰을 받아 주는 일도 있었다. 할인쿠폰은 애초 고객을 다시 찾게 만드는 효과를 내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지만 경쟁업체의 쿠폰을 받아 주며 경쟁사 고객 유인 효과를 내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민병기·이관범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