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이후>“순종하는 공무원보다 때로는 대들 줄도 아는 사람 원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낮은 자세로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27일 오전 첫 출근하는 길에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장애인 단체 회원과 얘기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은 27일 서울시 역사상 첫 시민운동가 출신 시장답게 새벽부터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한 뒤 지하철로 출근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친(親) 서민행보를 지켜본 시민들은 “지금과 같은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6시10분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비서 2명과 함께 택시를 타고 출발해 20분 뒤에 노량진수산시장에 도착했다. 남색 점퍼차림에 붉은색 목도리를 두른 박 시장은 상인들과 악수를 하며 “책상머리에서 연구하는 것보다 경청을 통해 답을 찾겠다”고 말했고 상인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어 박 시장은 “저는 서울시장에 당선돼 행복한데 (이곳에 와서 돌아보니) 어깨가 많이 무겁다”며 “시민을 위한 시민의 시장, 삶을 바꾸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30여분간 수산시장을 돌아본 박 시장은 후보시절 타고 다닌 은색 승합차를 타고 오전 7시30분쯤 국립현충원에 도착해 분향했다. 박 시장은 방명록에 ‘함께 가는 길 2010.10.27 박원순’이라고 썼다가 현충원 관계자가 ‘2011년’이라고 지적해 주자 서둘러 수정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함께 가는 길’에는 여기 계신 순국선열들의 길을 우리도 함께 간다는 것과 서울시장은 서울시민 모두의 시장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 무명 용사 묘소 등을 참배한 후 인근에 있는 동작역에서 지하철 4호선을 탔다가 서울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 후 시청역에서 내려 청사로 들어갔다.

박 시장은 곧바로 청사 1층 종합민원실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한 후 13층에서 서울시 간부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박 시장은 “이제 저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죠, 머리에 뿔 달린 거 아니죠”라고 물은 뒤 “저는 순종하는 공무원을 원하지 않고 때로는 기분이 나쁘더라도 시민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대들 줄도 아는 공무원을 원한다”고 당부했다.

공식행사를 마친 박 시장은 간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후 오전 10시쯤 향후 3년 동안 쓰게 될 7층 집무실로 향했다. 박 시장은 집무실에 들어선 후 의자에 착석해서 사무인계인수서에 서명했다. 집무실을 둘러보던 박 시장은 “시장실이 너무 넓은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